동남아 국가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몸사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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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중국의 남중국해와 해양 자원들에 대한 주장은 완전히 불법”이라며 아세안(ASEAN) 국가들의 편을 들고 나섰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세안 국가들이 열렬한 환영의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면서, 미중 사이에서 정치·경제적으로 피해만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LA타임스는 14일(현지시각)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들이 중국에 맞서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기사에서 미국이 대중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무도 점점더 강력해지는 두 강대국의 대결에 공개적으로 끌려들어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3일 성명에서 중국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과 남중국해에서 벌이고 있는 분쟁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와 관련한 모든 중국의 조치는 불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해양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어 동남아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한다”고 했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군사압박과 경제제재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필리핀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에 세워진 중국의 구조물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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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시아뉴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인도네시아의 (영해) 권리에 대한 어떤 지원도 정상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인도네시아의 지도자들은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아시아뉴스는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남중국해의 나투나 제도 주변 해역을 두고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스스로를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미·중 경쟁에서 빠지겠다고 한 것이다. 한 마디로 조용하게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의 로코니아 모래톱 등을 두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 시추선이 말레이시아 영해로 들어오자 미군 함정이 출동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말레이시아는 이와 관련해 중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거의 내지 않았다고 LA타임스는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말라야 대학 은거우 차우 빙 중국연구소장은 LA타임스에 “동남아 국가들 모두가 미국의 성명을 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들(동남아 국가)은 이 성명이 미중 경쟁의 격화를 의미할 뿐이고, 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대규모 동맹구성은 말레이시아가 추구하는 정책이 아니다”고 했다.
필리핀은 오히려 중국과 “미래로 가겠다”고 했다. 로드리고 두테리고 대통령실 대변인은 14일 “해상분쟁이 중국과의 관계의 전부가 아니다”며 “중국과는 친선관계로 가겠다. 진전할 문제는 진전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따로 떼 둘 것”이라고 했다. 다만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중국은 국제법을 준수하라”며 폼페이오 발언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 6월 남중국해에서 니미츠 항공모함과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등 미군 전함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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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가장 환영한 곳은 미·중과 모두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이다. 베트남 외교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남중국해와 관련한 “다른 나라(미국)의 입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협력, 번영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공동의 목표”라고 했다. 베트남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생산기지를 이동할 경우 가장 혜택을 보는 곳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1~9월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전년대비 13.4% 줄어들 때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34.8% 늘어나기도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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