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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SW시선] 구멍 뚫린 선수관리...sk는 스스로 클린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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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공든 탑,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규율 위반에서부터 음주·무면허 운전, 이로 인한 선후배간 체벌 논란까지. 예상치 못한 단어들이 SK 퓨처스팀(2군)이 위치해 있는 강화에서 흘러나왔다. 일차적인 책임은 선수들에게 있다. 복수의 신인급 선수들이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해 늦은 시각까지 술을 마셨다. 이에 선배들이 기강을 다잡기 위해 체벌을 주면서 폭행 사건으로 비화됐고, 구단이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외출했던 선수들 가운데 두 명이 각각 음주, 무면허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감독의 허점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상주하는 코치가 있었으나 선수들이 무리 지어 밖으로 나도는 것을 막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조심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몇몇 선수들은 일탈 행위를 일삼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체 조사를 마친 후 해당 사실을 KBO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SNS를 통해 일련의 사건이 바깥으로 퍼진 후인 지난 12일에야 뒤늦게 문의했다. KBO 야구규약 제152조 ‘유해행위의 신고 및 처리’에 따르면 구단이 소속선수가 제151조 ‘품위손상행위’ 각 호의 행위를 했음을 인지했음에도 그 사실을 즉시 총재에게 신고하지 않거나 이를 은폐하려 한 경우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SK는 은폐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한다. 경찰 단속에 걸리지 않은 사안인 만큼 자체 징계 사항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SK가 내린 징계는 가볍지 않았다. 술이 깬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하지만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A에겐 구단 내규 상 최대 벌금인 1000만원을 부과했고, 도로연수 중 운전대를 잡은 B에겐 500만원 징계를 내렸다. 근처 사찰로 보내 3주간 템플 스테이를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음주운전, 무면허운전은 엄연히 범법행위다. 구단이 인지하는 순간 조금 더 신중한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스스로 의혹을 키운 셈이 됐다.

SK는 그간 ‘클린 구단’을 지향해왔다. 음주운전과 성 문제, 도박, 인종차별 등을 4대 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주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사건사고가 없는 편이었고, 지난해 4월 강승호가 음주운전을 일으켰을 때에도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태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만약 SK가 발 빠르게 KBO에 보고하고 처분을 받아 징계를 내렸다면 오히려 클린 구단의 이미지를 한층 더 강화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이한 태도 한 번에 그동안 공들였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SK는 클린을 잃었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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