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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니스커트로 유혹"… 회견 후 2차 가해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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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혜원 검사, 朴 팔짱 사진 올리며 "나도 성추행했다" 피해자 비꼬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가 끝나자 여권 인사들과 친여(親與) 성향 네티즌들이 성추행 피해자 A씨에 대한 '2차 가해'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13일 밤 페이스북에서 박 전 시장 죽음에 대해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 내용의 진위와 관계없이 고소당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주변에 미안함을 느꼈을 것 같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 답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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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었다. 침실 등 언어의 상징 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했다.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당했다고 밝힌 피해 사실이 부풀려졌거나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윤 의원은 당시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지냈다. 그는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14일 뒤늦게 글을 삭제하고 "피해자 고통을 눈치 채지 못해 미안했다"고 했다.

A씨에 대한 조롱과 비하도 이어졌다. 친문(親文)으로 알려진 대구지검 진혜원 검사는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낀 사진을 올리며 "자수한다. (내가)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며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고 했다. 또 "여자가 추행이라고 주장하면 추행이라니까!"라고 했다. A씨의 주장만으로 성추행이 성립하느냐며 비꼰 것이다.

성추행 피해자가 전날 그동안 겪은 고통을 호소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왔지만, 여권에선 이런 피해자의 호소를 '상징 조작' '여론 재판'으로 몰아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과 친여(親與) 성향 일부 인사는 14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추모를 이어갔다. 동시에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경찰에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에 대한 '2차 가해'로 읽힐 수 있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A씨 측이 전날 밝힌 성추행 피해 내용을 믿기 어렵다거나, A씨 측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박 전 시장의 행동이 성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A씨는 전날 법률대리인 등을 통한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이 2016년 이후 수년간 성추행을 지속했고, 이를 서울시 내부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 관계자들이 묵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시장 밑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했던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라디오에서 "박 시장이 가해자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자(死者)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진 의원은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분이 부재한 상황에서 진실이 드러날 수 있겠는가"라고도 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했으니 진상 규명을 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진혜원 검사는 A씨를 겨냥해 "고소장 접수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고인의 발인일에 기자회견을 하고, 선정적 증거가 있다고 암시하면서 2차 회견을 또 열겠다고 예고하는 등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시리즈물로 만들어 '흥행몰이'와 '여론재판'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진 검사는 2017년 제주지검 근무 당시 피의자의 생년월일을 인터넷 사주팔자 프로그램에 입력한 뒤 피의자에게 "변호사가 당신과 사주가 맞지 않으니 변호사를 바꾸라"는 취지로 말해 지난해 4월 견책 징계를 받았다.

여권 인사들이 A씨에 대해 '성추행 피해자'라는 말 대신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A씨 증언이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날 대변인을 통해 전한 메시지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라디오에서 A씨 측이 전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만감이 교차했다. '꼭 오늘이어야 했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문제 삼았다.

친문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기자회견 한다더니 뚜렷한 증거가 없다' '미투를 하려면 얼굴을 공개하고 하라' 등 '2차 가해' 글들이 올라왔다. 박 전 시장이 속옷 차림의 사진 전송을 했다는 A씨 측 주장에 대해 러닝셔츠 입은 박 전 시장의 사진을 올려놓고 "이게 뭐가 문제냐"며 A씨를 조롱하는 식이었다. 한 네티즌은 소셜미디어에 A씨를 겨냥, "내가 목격한 키 작은 미니스커트의 여성이 맞는다면 도가 지나치다"며 "본인이 미니스커트로 유혹하지 않았나. 기자회견을 하면 얼굴 보고 당시 목격담을 상세히 올리겠다"고 썼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만든 사이트 '딴지일보' 게시판에는 "남자친구 텔레그램 프로필 사진을 박 시장 얼굴로 바꾸고 대화명을 '시장님'으로 저장하면 충분히 조작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A씨 측이 "박 전 시장은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피해자를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전송했다"고 밝히며 비밀 대화방 초대 문자를 공개한 것이 조작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전 시장의 빚 7억원을 갚아주자'는 움직임도 번지고 있다. '2020년 공직자 재산 변동 사항'에서 자신의 재산을 마이너스 6억9091만원(2019년 말 기준)이라고 신고한 내용이 박 전 시장 사후에 재조명 받으며, '박 전 시장이 살아있을 때 쓴 책을 구매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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