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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지평선] '버럭' 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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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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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섬진강변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김용택 시인의 시 ‘섬진강1’ 끝 구절이다. ‘후레자식’의 어원에 대한 설(說)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후레자식”을 내뱉을 때 “애비 없는”이 따라붙는 걸 두고 비속어 ‘화냥년’이 조선시대 때 환향녀(還鄕女)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결부시키는 주장이다. 애비 모르는 홀어미의 자식, 그래서 상종 못할 존재, 그 풀이대로면 엄청난 모욕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문 의혹에 대한 당 대책을 묻는 기자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후레자식”이라 했다 해서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장면 동영상을 보니 발언은 “나쁜 자식”으로 들렸다. 해당 기자의 소속사 등 언론들이 며칠 뒤 “나쁜 자식”으로 수정해 ‘후레자식’은 잘못된 보도로 판명됐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을 한 기자를 ‘버럭’하며 한동안 째려본 이 대표의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다.

□ ‘욱’ 기질과 ‘버럭’ 습성 때문에 이 대표 이미지는 ‘불통’과 ‘고압’으로 압축된다. 총리 시절 국회에서 야당 의원과 자주 고성을 주고받았고, 생방송 도중 앵커에게 화를 내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적도 있다. 재야 시절 기자에게 손찌검을 했고, 교육부 장관 때는 취재차 집에 찾아온 기자에게 “장관 집을 왜 오나. 장관이 우습냐”고도 했다. 최근엔 장애인, 이주여성, 경단녀 비하ᆞ폄훼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럼에도 그는 7선을 기록했다.

□ 이 대표의 역정과 서슬은 더불어민주당을 덮었다. 박 시장의 업적만 띄울 뿐, 성추행 범죄와 피해자 고통에 눈 감았다. 여성 인권과 성추행 사건에 목소리를 높이던 전ᆞ현직 여성 의원들조차 계속 침묵하다 14일에야 진상 규명 목소리를 냈다. 그 틈에 박 시장을 두둔하는 막말만 발호했다. 3대 광역단체장이 성범죄에 연루된 집권당 태도 맞나 싶다. 176석의 영향일까. 이 대표는 뒤늦게 대변인 입을 빌려 사과했지만 ‘버럭’의 강도에 비해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 중진 의원도 전화 걸기가 겁난다는 대표가 ‘버럭’하는 당에서 제2의 금태섭은 나오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곱씹어보기 바란다.

황상진 논설실장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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