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는 국경봉쇄에 따른 인적·물적 이동 제한으로 글로벌 경제와 산업 전반에 엄청난 충격과 격변을 몰고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성장률을 마이너스 4.9%로 전망했다. 바이러스의 창궐을 통제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1930대 대공황 이래 최악이다. 정도가 덜하기는 하지만 수출로 살아가는 우리 경제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이너스 추락 전망이 우세하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실업자가 넘쳐나면서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1천억원을 넘었다. 소비와 투자 감소, 기업 부실,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져 있다. 산업 트렌드도 급변하고 있다. 유통, 의료, 교육, 문화 등에서 비대면·온라인 비즈니스가 급팽창하면서 디지털 혁명이 가속하고 있다. 증시에서는 전통산업이 시가총액 상단에서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정보통신(IT),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 업체가 대신했다. 탈(脫) 세계화와 보호무역의 심화는 우리 산업에 근본적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 광속으로 진행되는 구조적 대전환이라는 도도한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코로나 이후 우리 기업, 우리나라가 설 자리는 없다. 한국판 뉴딜은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을 기회로 바꾸자는 것이다. 20여년 전 외환위기 때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는 산업화 이후 지속했던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으로 탈바꿈시킬 절호의 찬스다.
한국판 뉴딜을 통한 선도국가로의 도약이 정부 단독 드리블로 될 일은 아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00조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했지만, 삼성전자 한 기업이 연구개발에만 연간 20조원 안팎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투자로 국가 경제와 산업의 틀을 확 바꾸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재정과 제도로 마중물이 되고 민간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판을 깔아야 뉴딜은 지속 가능하다. 이를 위해 우선은 한정된 재원이 민간의 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생산적 방향으로 쓰이도록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3차 추경의 올해분 뉴딜 예산과 관련 사업목적이 불분명하거나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이 상당수라고 지적했는데 이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번 뉴딜에 민간자금 유치도 포함됐지만 미흡하다. 부동산과 증시 등 자산시장으로 쏠려 거품을 만들고 있는 1천조원이 넘는 현금 유동성을 대거 흡수할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뉴딜에 민간 참여를 극대화하려면 신산업의 장애물을 치워주는 쪽으로 법과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규제 혁파와 제도 개선 과제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종합계획에 구체화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이제 움트기 시작한 새로운 산업을 과거의 잣대로 재단하거나 기득권의 제물로 삼아서는 미래가 없다. 신산업 신기술에 대해서만이라도 선(先)허용 후(後)규제의 네거티브 규제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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