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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이스타항공 운명의 날’ D-1… "이상직 고통분담 더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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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에 제시한 인수합병(M&A) 선결조건 이행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스타항공 노사는 1000억원에 달하는 미지급금의 일부라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이 임금 반납을 추진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임금 일부를 반납한다고 해도 전체 미지급금 중에선 소액에 불과하기 때문에 회사의 실소유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노사는 제주항공이 제시한 선결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측은 1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미지급금을 채우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2개월 치 임금 반납 동의서를 돌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리스사 등 거래처에 유류비와 리스비 등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국토교통부에도 공항시설 이용료 감면을 요구했다.

조선비즈

이스타항공 항공기. /이스타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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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임금 반납에 부정적이었던 조종사 노조도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해 고통분담에 나서기로 했다. 조종사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인력감축 중단과 고용 유지를 보장해준다면 임금 반납 및 삭감 등의 고통분담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타항공 노사가 미지급금 줄이기 위해 힘을 합친 이유는 오는 15일 자정까지 제주항공이 제시한 선결조건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제주항공은 앞서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영업일 기준 10일 이내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3월 2일 이후 쌓인 미지급금 약 1000억원을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이스타항공이 1000억원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전 노선 셧다운(운항 중단)에 들어가 매출이 제로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인수합병이 무산돼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청산될 가능성도 크다. 이스타항공으로서는 제주항공이 유일한 희망인 셈이다.

제주항공의 여건도 좋지 않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적자 폭의 2배에 달한다. 최근 고용부와의 면담 자리에서 제주항공이 선결조건이 일부 해소된다고 해도 이스타항공 인수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이스타항공이 막판 타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국토부와 고용부 등 정부까지 중재에 나서면서 제주항공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결국 이날 "선결조건 시한인 15일 자정을 넘길 경우에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길 뿐 계약이 자동 파기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시한까지 이스타항공의 입장을 기다린 다음 인수 여부를 판단할 것"이란 한발 물러선 듯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스타항공 내부에선 제주항공의 마음을 더 굳히기 위해선 실소유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가 사재 출연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스타항공 한 직원은 "이날 직원들이 뼈를 깎는 고통 분담에 나서기로 결정한 만큼 실소유주이자 책임자인 이상직 의원 역시 추가로 사재 출연을 하는 등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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