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박원순 조문 안 간다" 정의당, '민주당 2중대' 꼬리표 끊을 수 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류호정 "2차 가해 신상털이…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장혜영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애도할 수 없다"

정의당 "박원순 조문도, 피해호소인 보호도 우리 입장"

아시아경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을 받는 것을 이유로 정의당 일부 의원이 조문을 거부한다고 밝히면서 당원들은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국면에서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견해를 밝히며 조 전 장관을 두둔하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았던 정의당이 이번 박 시장 조문 논란을 계기로 '민주당 2중대'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은 각각 10일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류 의원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는다"며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추행 의혹 피해자를 향해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류 의원은 "어제 오늘의 충격에서, '나의 경험'을 떠올릴 '당신들'의 트라우마도 걱정"이라며 "우리 공동체가 수많은 당신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고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아시아경제

사진=류호정 페이스북 캡처


해당 발언 직후 두 의원 페이스북 댓글과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는 '조문 거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아예 정의당을 탈당하겠다는 글도 잇따라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류 의원 페이스북을 찾아가 "그래 네 소신이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안 갈 거면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라며 원색적 비난을 했다. 이어 "네가 하는 말이 얼마나 유족에게는 상처가 될지는 생각 안 해봤냐? 피해자가 상처 입은 것도 맞는데 경중을 따지자는 게 아니고 조문은 유족에게 위로하는 자리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류호정과 같은 인간들이 진보, 여성, 인권, 정치를 논하는 비천한 세상이라니 뭐라 할말이 없구나"라고 지적했다.해당 게시글은 13일 오전 9시 기준 댓글 2007개, 591회 공유됐다.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는 "정의당 30년 지지 철회한다!","류호정 의원은 정의당 업보가 되었군요","공당으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내 인생의 첫 정당에서 탈당하며…" 제목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당원은 "사람의 도리부터 지키고 정치 하세요" 라며 조문 거부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시아경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에 도착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두 의원의 행보를 두고 정의당이 각종 쟁점 사안에 민주당과 비슷한 입장을 밝혀 '민주당 2중대'라는 조롱을 피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의당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등을 위한 '4+1 협의체'에 참여하는 등 대부분의 정책·입법에서 민주당과 사실상 보조를 맞춰왔다. 그러나 '조국 사태' 당시 비판 제시에 실패하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안팎의 비난이 거세진 상태다.


실제 정의당은 '범여권'이라는 표현을 거부하며 민주당과 선을 긋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지난 3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진보 야당 정의당, 진보정당 정의당이라는 더 정확한 범주로 정의당을 지칭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변인은 "정의당은 지난 총선에서도 여당의 비례 위성 정당 참여를 거부했다"며 "최근에는 부동산 정책,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의 행보, 졸속 추경심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부와 여당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고 민주당과 차별성을 강조했다.


또 이날 정의당 의원들은 민주당 주도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의결에 전원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의결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청와대가 정한 데드라인 지키기 위해 35조원을 제대로 심의 않는 건 국회 존재 이유 망각한 행위"라며 "내용을 모르는데 어떻게 찬성할 수 있고, 시급한 민생 위한 추경인데 어떻게 반대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지난 7일 열린 상무위원회에서도 배 원내대표는 "대학생들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민주당은 등록금 반환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수준의 사업비가 포함된 3차 추경 예산을 통과시켰다"며 "국민에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시민들이 모여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 정의당은 논평을 내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26일 "국민들이 심각하게 바라보는 검찰개혁 문제를 이렇게 수준 낮게 표현하는 것은 검찰개혁의 문제를 두 사람의 알력싸움으로 비치게 만든다"며 "오히려 자신의 지시가 정당하다면 왜 장관이 직접 나서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러한 지시를 지키지 않는 검찰이 왜 문제인지를 어느 공간에서든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옳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도 민주당 2중대 모습에서 벗어나 정의당의 길을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공개회의에서 강민진 혁신의원은 "기득권 입장과 진보 입장 사이에서 널뛰는 집권세력의 실책을 더 강하게 비판하고 교정하지 않으면, 국회 담장 밖의 사람들을 대변할 수 없다"면서 "정의당은 범여권이 아니고 정의당의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혁재 혁신의원은 "그동안 민주당 2중대로 비쳤던 모습을 철저히 극복해야 한다"며 "특히나 조국·윤미향 사태 당시 당이 원칙적 입장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은 비판 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 조문 거부로 인해 정의당이 탈당 내홍을 겪는 등 당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는 가운데 '조 전 장관 사태' 당시 정의당을 탈당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의당이 민주당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탈당, 말릴 필요 없다. 원래 민주당에 갈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정의당에 와 있었던 것뿐"이라며 "이참에 진보정당으로서 제 색깔을 뚜렷하게 하고, 진보 성향 당원을 새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정의당은 박 시장 조문 논란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박 시장 조문과 피해 호소인을 보호하는 두 가지 조치를 다 취하자, 이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이 돌아가시고 나서 당내에서 논의가 많이 있었다. 피해 호소인이 있는 상황에서 고인의 삶이 굉장히 한국 사회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는 점 (두가지가 양립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정의당 일부 당원들의 탈당에 대해서는 "탈당하시는 분이 있다. 실제로 있고, 저희가 볼 때는 그렇게 많은 분들은 아니다"라며 "또 다른 측면에서 이제 좀 고맙다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저희로선 좀 진통과정, 질서 있는 토론과 서로 인식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