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여성 목사 후보생들에게 목사가 아닌 사모의 역할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성차별논란이 일고 있다. 기장총회 여성 단체들은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성차별 논란은 지난 달 16일 진행된 목사고시 면접에서 시작됐다. 당시 면접관들이 면접에 들어온 여성 목사후보생들에게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거다.
“남편도 목사인데 왜 사모를 하지 않고 목사를 하고 싶어 하나요?“
“남편이 담임목사가 되면 남편도 교회도 사모역할을 하라고 할 텐데, 그 땐 목사직을 포기할 건가요?“
질문은 여성 목사 후보생들에게 목사가 아닌 사모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일부에선 여성 목사의 힘든 상황을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고 반박했지만, 이는 여성을 보조적 존재로 전제한 발언이라며 명백한 성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장 고시위원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한신대 이영미 교수는 “사모가 되지 왜 목사가 되려고 하느냐는 질문은 여성을 이차적인 존재, 보조적인 존재로 전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목사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되려는 이유를 물어보면 그것은 상황인식에 의한 질문이어서 성차별이 되지 않는다”면서 상황인식과 성차별 발언은 구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단 내 여성 단체들로 구성된 기장 여성연대도 “성역할 고정관념에 의한 성차별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여성연대는 “남성에게는 ‘목사 대신 사부의 역할’을 묻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명백한 여성에 대한 성차별행위라고 밝혔다.
여성연대는 “교단이 정한 목사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부부가 목사가 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신대 신학대학 여학생회는 이같은 성차별 요소가 교회 안에 만연해왔다고 지적했다. 여학생회는 여성 신학생들이 실제 들었던 성차별 발언을 조사했다.
“교인들은 여성이 담임목사를 맡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여성 목사를 부목사로 뽑은 이유는 담임목사 밑에서 보조나 하라고. 심방같은 것.”
“여성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안 된다”
“여성이 목회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문 분야를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학생회는 “교회 안에서 여성 목사를 보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님에도 아직도 여성이 목사가 되는 것이 특수하게 간주되고 있다”면서, “여성과 남성도 예수그리스도 사역에 부르심 받은 동역자”라고 강조했다.
한신대와 기장총회 여성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성차별에 대한 고시위원회의 공식 사과와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영미 교수는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진보냐 보수냐 신학적 입장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가부장적 성차별 문화 속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면서, “성인지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노회와 학교를 대상으로 한 성인지감수성 의무교육을 각 부위원회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여성 면접자 성차별 사건과 관련핸 고시위원회는 지난 7일 기장총회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이마저 진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입장문을 낸 고시위원장은 “목사고시 면접과 관련해 연관된 모든 분께 사과한다”면서, 정작 성차별적 질문을 받은 당사자에게는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또 목사고시 면접 당시의 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이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홈페이지에는 고시위원장의 입장문이 모호한 사과와 대책에 대한 막연한 약속만 담고 있다면서, 사건의 본질을 명확히 밝히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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