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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로 갈라진 조문 정국… ‘진보·보수 상징’ 공과 평가에 여론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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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박원순 서울특별시葬은 피해자 향한 민주당의 공식 가해” / 안철수 “5일장 안 돼… 조문 안 한다” / 보수 측, 백선엽 장례 국가장 요구 / 진보선 “친일 반민족행위자” 비판 / 丁총리·민주당 인사들 빈소 찾아 / 정의당, 朴·白에 모두 비판적 입장 / 靑 반대 청원 이틀 새 53만명 넘어 / 법원, 가세연 집행금지 신청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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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진보, 보수의 상징적 인물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이 비슷한 시기에 유명을 달리하면서 진영 대립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박 시장 조문을 놓고는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뿐 아니라 진보 진영인 정의당까지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12일 “박 서울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은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가해”라며 “모두 고인과의 관계에만 몰두해서 나온 현상이다. 피해자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통합당 지도부는 이날 고심 끝에 박 시장의 빈소를 가지 않았다. 반면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전·현직 통합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박 시장 빈소를 방문해 “모든 죽음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죽음 앞에서는 모자를 벗어야 한다”고 추모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별도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박 시장 빈소를 찾았다. 하지만 당 혁신위원장인 장혜영 의원은 “전례 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떠들썩하게 추모하는 분위기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여권 인사들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고인에 대한 추모를 분리해 조문에 나서고 있다.

이날도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등이 박 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11일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분(성추행 피해자)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똑같은 이유로 박 시장께서 평생을 바쳐서 이루어왔던 시민운동, 인권운동 지방분권의 확대, 공유경제 등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어나갔던 업적 또한 충분히 추모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양비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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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군 서울현충원 안장해야” 미래통합당 신원식 의원이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백선엽 장군의 국가장 및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을 촉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보수 측은 백 장군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격상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보수 진영은 한국 최초의 4성 장군이고 한·미 동맹 상징으로 평가받는 백 장군이 서울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합동참모차장 출신의 통합당 신원식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장을 국가장으로 격상할 것을 촉구했다. 신 의원은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과 관련해 “파렴치한 의혹과 맞물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치단체장은 대대적으로 추모하면서 구국의 전쟁 영웅에 대한 홀대는 도를 넘고 있다”며 “장례를 육군장이 아닌 국가장으로 격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예우”라고 강조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백 장군의 빈소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전쟁 때 유명을 달리한 전우 11만명이 서울 국립현충원에 누워 있기 때문에 이곳으로 당연히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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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위, 박원순 영결식 브리핑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 시장 장례위원회 구성 및 영결식 절차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진보 측은 백 장군이 6·25전쟁 당시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일제강점기 만주군 장교로 복무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일부 의원 중심으로 “현충원에서 친일파의 묘를 들어내자”는 ‘파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 별세에 대해 당이 입장을 내지 않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신 민주당 인사들도 백 장군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통합당에서 요구한 서울현충원 안장과 국가장 격상에 대해 “육군장(葬)으로 국립대전현충원에 잘 모실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의당은 박 시장뿐 아니라 백 장군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한국전쟁 당시 일부 공이 있다는 이유로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독립군을 토벌한 인사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면 과연 앞서가신 독립운동가들을 어떤 낯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그런 점에서도 (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한)정부의 이번 조치에 큰 유감을 표한다”고 논평했다.

◆세금 들여 ‘서울특별시葬’ 논란 지속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고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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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 고인의 영정이 마련돼 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이틀 만에 53만명을 넘겼다. 서울시가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례인 ‘서울시장’으로 치르는 장례는 박 시장이 처음이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이날까지 53만명 넘게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이미 게시 당일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박 시장의 장례비는 서울시 예산에서 전액 충당한다. 행정안전부의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기관장’은 기관의 수장이 재직 중 사망한 경우나 기관 업무 발전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공무원이 사망했을 때 거행하고, 해당 기관이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그 위원회 명의로 주관하게 돼 있다. ‘기관장’은 법령이 아닌 각급 기관의 자체 예규 등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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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12일 50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원에 동의했다는 직장인 박모(28)씨는 “일하다 사망한 것도 아닌데 왜 서울시장(葬)으로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5일장을 지켜봐야만 하는 피해자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2차 가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기자협회 등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이날 가로세로연구소가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상대로 낸 서울특별시장(葬) 집행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을 각하했다.

◆“규정 따라 조화”… 靑, 국정에 영향 줄까 주시

청와대는 ‘박원순·백선엽 조문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낼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등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2일 ‘청와대가 빈소에 조화를 보낸 것으로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 “청와대 차원에서 다른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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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선엽 장군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조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문 대통령 명의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 조화를 보냈지만 어디까지나 관련 규정에 따른 일이란 것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적인 호불호와 관계없는 행정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같은 맥락에서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일각에서 백 장군의 친일행적 문제를 제기하지만, 무공훈장 수훈자가 사망했을 때 대통령의 조화를 보내도록 한 조치에 따랐다는 것이다.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안보실 1차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은 이날 백 장군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도는 지난 5월 첫째 주에 71%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논란이 영향을 미쳤지만, 앞으로 조문 논란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문 대통령의 핵심지지층인 여성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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