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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겉보기엔 줄었지만…더 은밀히 숨어든 ‘불법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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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지난달 정부와 금융당국 등 각종 부처에서 ‘불법사금융 근절방안’을 내놓는 등 불법사금융에 대한 엄중한 단속을 예고했다. 이에 ‘일수’나 불법 대부업체들은 현지 광고를 피하고 인터넷이나 SNS 등지로 숨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경찰청 등 정부 부처와 금융당국들은 불법사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단속 내용을 담은 ‘불법사금융 근절방안’을 발표했다. 불법사금융 근절 방안 중 가장 핵심 내용은 불법 사금융업자의 최고 이자율을 현행 24%에서 6%로 제한하는 것으로, 당국에서는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들의 영업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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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금융 전단지가 사라진 청량리 시장 풍경. 사진=김동운 기자

◆‘대출 찌라시’ 넘쳐나던 청량리, 대부분 사라졌지만…“일시적 효과일 뿐”

불법사금융 전단지, 일명 ‘일수 찌라시’들로 몸살을 앓아왔던 청량리는 놀랍게도 전단지들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 9일 청량리역 인근과 청량리 청과시장 상인들은 지난달부터 전단지를 돌리는 오토바이들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청량리역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불법 대부광고지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모 씨는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새벽과 저녁 사이에 일수 전단지가 6개에서 7개 이상 출입문 앞에 무단으로 던져지곤 했다”라며 “하지만 지난달부터 일수 전단지들이 점점 줄어들더니 새벽에 한 장에서 두 장 정도 보이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량리역을 비롯해 주변의 청과물시장의 바닥에는 불법 대부광고지들이 자취를 감췄다. 쓰레기를 모아놓는 곳에서 한 두장 정도 발견할 수 있을 뿐, 오전부터 저녁 즈음까지 전단지를 던지는 오토바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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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 전단지는 쓰레기장에서 한두개 정도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김동운 기자


10년이 넘도록 청과물시장 뒤에 위치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황모 씨는 불법 대출광고가 사라지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거라고 내다봤다. 황모 씨는 “새벽마다 가게 인근을 청소하는게 일상인데, 지난달 즈음부터 찌라시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라며 “다만 단속을 강화하는 기간에만 잠시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났던 경우가 일상다반사여서 이번에도 잠시만 줄어드는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불법 대부업자들은 평상시에는 적극적으로 광고물을 뿌려대면서 영업을 하다가, 집중 단속이 예고된다면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만 관리하면서 단속을 피하는 행태로 운영된다”라며 “이를 금융당국이 얼마나 잘 단속하고 관리하는지가 이번 불법사금융 근절대책 성패의 유무가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벌’ 경고해도 활개치는 ‘SNS 불법 대출’…미성년자 피해 우려

이처럼 현장에서의 불법사금융은 금융당국의 계획대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SNS를 비롯해 인터넷, 카카오톡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불법사금융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소액, 재태크, 불법 도박 등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며 수수료 명목으로 연 수백%에서 수천%까지 갈취하는 악질 불법사금융 업체들도 등장하며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트위터․페이스북 등 청소년과 20대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SNS 등지에는 타인의 사진을 도용한 채 ‘○○티켓, ◇◇상품권’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빌려준다는 광고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휴대폰 소액결제 ▲미성년자도 이용가능 ▲OO정식 인증업체 ▲비밀 보장 등을 내세우며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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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 미성년자들을 유혹하는 불법사금융 광고. 사진=김동운 기자

이에 기자가 직접 불법사금융 업체와 상담을 해 봤다. 아래는 해당 내용을 재구성한 대화다.

기자 : 상담가능한가요? 학생인데, 50만원 정도 현금이 필요해서 휴대폰 결제로 받을 수 있습니까?

불법업체 : 학생도 됩니다. 정책과 비정책이 있는데, 한도가 다릅니다. 정책(소액결제 가능 유무)이 없으시면 소액결제하고 구글(구글 플래이 앱)을 통해서 할 수 있습니다.

기자 : 수수료는 어떻게 됩니까? 기록에 남지는 않죠?

불법업체 : 우선 확인해봐야 아는데 10%에서 20%입니다. 입금할 때 수수료를 제하고 들어가구요, 대출한 기록은 안 남고 소액결제 들어간 것만 통신사에 납부하면 됩니다.

기자 : 그럼 어떻게 진행하면 되나요?

불법업체 : OO으로 카카오톡 친구추가 해주시고요, 이름 생년월일 통신사 핸드폰번호 입금받을 은행 예금주 및 계좌번호를 보내주시면 바로 진행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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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개인정보만 제공하면 된다는 것을 미끼로 미성년자를 유혹하고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이후 정보유출을 염려해 해당 불법업체와 연락을 끊었지만, 몇 가지 개인정보 및 핸드폰번호만 있다면 미성년자들도 쉽게 대출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자, 연체료 대신 수수료나 수고비 등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 연 단위로 환산할 경우 법정 최고금리인 24%를 월등히 넘어가는 수천% 이상의 고금리 사채인 것이다.

또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알아낸 개인정보를 토대로 가족에게 통보한다는 등의 불법 추심의 가능성도 매우 높아 금융지식이 부족한 미성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영업하고 있는 불법사금융 업체들을 차단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 등과 연계해 홈페이지 차단, 수사 협조 등 다각도로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성년자 등 금융소비자들도 해당 대출이 불법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해당 대출들을 절대 이용하지 말고, 만약 이용 후 피해가 발생한다면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연락해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정책의 지속성과 적극적인 단속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 원장은 “수요가 계속해서 있기 때문에 불법사금융 업체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피해를 양산해 왔다”며 “적극적인 불법금융 단속과 함께 정부와 합법적인 금융사들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공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피해가 심화되고 있는 온라인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불법사금융들의 경우 추적과 검거가 힘들다 보니 꾸준한 모니터링과 차단이 현재로선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며 “온라인상에 숨어서 영업하고 있는 불법사금융 업체들이 지쳐 떨어져 나갈 때까지 적극적인 당국의 관심과 차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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