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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회사는 2주 이상 떠나라지만…직장인 휴가 '집콕'이 대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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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딥톡27]코로나19가 바꾼 여름휴가 트렌드

중앙일보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해수욕장에 피서객이 몰려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올해 여름휴가는 집에서 보낸다는 이들이 지난해와 비교해 5배 이상 늘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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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는 멀리 떠나기보다는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집이나 집 근처에서 보내는 휴가)을 권유합니다.”

SK이노베이션 사내 게시판에 최근 올라온 여름휴가 권유문의 일부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여름휴가 기간이 겹치면서 회사도 직원도 고민이 늘었다. 해외 여행길이 막혀 휴가 선택지는 눈에 띄게 줄었다. 미취학 아동을 둔 직장인은 집을 떠나는 것조차 큰 부담이다. 제주도 휴가는 ‘갑 중의 갑’이 됐다. 제주도 숙박 예약에 성공한 사연이 들리면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게 요즘 직장인 점심 풍경이다.

코로나19는 직장인 여름휴가 문화까지 뒤흔들었다. 우선 지난해보다 여름휴가 기간이 늘었다. 2주 이상 장기 휴가를 권유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등은 코로나19 확산 차단 휴가 규정을 따로 마련했다. 코로나19가 바꾼 직장인 여름휴가 트렌드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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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평균 휴가 일수를 평균 여름휴가 일수.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0.2일이 증가했다. 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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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늘어난 휴가 기간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주 이상 빅 브레이크 여름휴가를 가라고 직원에게 공지했다.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직원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도록 관계사 대표 모두 2주 휴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휴가 기간 타 지역 방문이 필요하면 방문 후 집에서 넉넉히 쉴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 후 출근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여름휴가 2주를 보장하는 리프레시 제도에 연차를 더해 장기휴가를 갈 수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도입한 리프레시 제도에 더해 장기휴가를 원하면 연차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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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장마가 그치고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된 서울 서초동 반포대로 10차선 도로에 자동차가 한산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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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여름휴가 일수 증가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인 이상 사업장 793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여름휴가 평균 일수는 3.8일로 지난해 3.7일보다 0.1일 증가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올해 평균 여름휴가 기간은 4.5일로 지난해(4.3일)보다 0.2일이 늘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여름휴가 기간이 5일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58%로 지난해 53.2%와 비교해 4.8%포인트가 증가했다. 300인 미만 사업장도 여름휴가 기간이 5일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같은 기간 22.9%에서 26.3%로 늘었다. 임영태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여름휴가 일수가 전년보다 증가한 기업은 응답 기업의 6.4%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② 집콕 휴가가 대세



코로나19는 휴가지 트렌드도 바꿨다. 올해 대세는 ‘집콕’이다. 코로나19와 짧은 방학에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직장인이 많다. LG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이모(39)씨가 딱 이런 경우다. 이씨는 “애가 어리고 코로나19 전염 걱정에 여름휴가 계획을 따로 잡지 않았다”며 “집에 머물면서 당일치기로 둘러볼 만한 근교 위주로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콕 휴가족은 지난해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유진그룹이 계열사 임직원 1145명을 대상으로 여름휴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의 42.2%가 ‘국내 여행을 가겠다’고 답했다. ‘집에 머물겠다’는 응답도 27.9%를 기록했다. 이어 ‘펜션·캠핑 등 야외’(11.6%), ‘호텔·리조트 등 실내시설’(11%) 순이었다. 지난해 조사에선 국내 여행과 해외여행 비율이 각각 52%와 26% 차지했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집에 머물겠다는 응답이 5%였지만 올해는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 휴가 트렌드를 반영해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던 임직원 펜션 휴가비 지원도 축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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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여름휴가조차 사치인 이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이 대표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부터 무급휴직과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휴가는 언감생심”이라며 “주변에 용돈이라도 벌려고 대리기사 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③ 9~10월로 미루고 분산 휴가제 확대



일부 ‘낙관파’는 가을에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길 고대하며 여름휴가를 미루기도 한다. 광화문 인근에 직장을 둔 곽모(43)씨는“하늘길이 열리길 기대하면서 9월로 휴가를 미뤘다”며 “국내 여행을 가더라도 9~10월이 덜 붐비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회사 차원에서 분산 휴가제를 명문화한 곳도 많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는 지난해까지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해 제조 직군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간에 단체 휴가를 실시하는 집중 휴가제를 적용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사무직뿐만 아니라 제조직 직원까지도 7~9월 분산 휴가를 권장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가 기간 중 마스크 상시 착용과 적정 거리 유지, 고 위험시설 방문 금지 등을 여름휴가 가이드라인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는 7월 말∼8월 초 여름휴가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민간 기업의 휴가 기간을 9월까지 확대하도록 지도에 나선다고 지난달 말 밝혔다. LG전자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는 여름 휴가 기간을 7∼12월로 하고 여름 휴가에 개인 연차를 붙여 장기휴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도 일반직의 경우 여름휴가 기간을 7∼9월로, 연구소는 7∼10월로 늘리고 여름휴가에 개인 연월차를 붙여서 쓰라고 권장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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