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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MT시평]7공화국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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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머니투데이

많은 사람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섭씨 30도가 넘는 상황에서도 계속 쓰고 있어야 하는 마스크가 가져온 물리적 답답함이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벌어지는 모습이 가져다주는 답답함도 작용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져온 충격과 공포로 인해 잠시 가려졌던 많은 문제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수십 차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급등을 거듭하고 있으며 남북관계 역시 과거의 대립구도로 회귀하고 있다. 재정과 예산, 일자리, 국민연금, 균형발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해결되는 문제는 없으며 문제를 뒤로 미뤄놓고 있기만 하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모습은 낯설게 다가온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는 5공화국 시절 물가안정을 위해 동결된 SOC(사회간접자본)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 5대 신도시, 경부고속도로 확장 등 엄청난 사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했으며 김영삼정부는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끈 국민의정부 시절은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극복과 더불어 철도 및 농업구조 개혁을 비롯한 대규모 부문별 구조개혁을 이끌어냈다.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더불어 국민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었지만 시대가 겪고 있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온 것이 우리의 전통이었지만 어느 순간 회피와 봉합이 대세가 된 상황이 10년째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에는 과거의 인식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의 시간지체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접근보다는 과거의 문제인식을 가지고 현실을 분석하고 과거의 수단들을 반복한다. 주택문제의 경우 과거에는 ‘절대적 양’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질적 수준’에 대한 요구가 문제의 핵심을 차지한다. 남북문제의 경우 우리는 과거 2000년대 중반으로의 회귀를 꿈꾸지만 정작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영역에서 세대교체를 이룸으로써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관점과 접점은 매우 축소됐다. 제조업은 산업단지를 벗어나 다양한 도시영역과의 교류를 필요로 하지만 산업정책은 여전히 수용소와 같은 산업단지를 만들어내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재의 각종 시스템과 체계는 1987년 6공화국 출범과 더불어 만들어졌다. 1987년 체제라고 불리는 현재의 체제는 당시 기득권이던 군부와 미래의 권력을 갈구한 3김의 타협에 의해 등장했다. 카리스마적인 정치지도자들의 존재를 전제로 만들어졌던 시스템이 이제는 그런 주체들이 사라진 상태에서 틀만 남아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고, 문제 해결보다는 갈등의 증폭과 교착상태 지속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이 새로운 시대의 첫째가 되고 싶었지만 구 시대의 막내였다는 회한을 남겼다. 곧 찾아올 것 같던 새 시대의 도래는 지연되고 구 시대는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많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6공화국’이라는 체제를 종결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자세와 접근이 필요하지만 불행히도 아무도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새로운 영역으로의 이전과 사회의 확대보다는 기존 체계의 유지 속에서 권력과 기득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로 정치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현재의 모습은 1987년 민주화 투쟁, 그리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냉전 종식에 따라 짧은 시간에 형성됐다는 점을 우리는 잊고 있다. 30년이라는 세월은 새로운 체제와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인물에 의한 문제 해결이 아닌 시스템 자체에 대한 변화를 모색할 때가 됐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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