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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北, 트럼프를 ‘봉’으로 봐… 김정은과 핫라인은 존재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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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회고록 통해 트럼프 비난한 존 볼턴 前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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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트럼프, 의회가 막아도 주한미군 감축 가능”前 백악관 안보보좌관 본보 인터뷰
“방위비 등 못풀면 동맹 재조정할 것”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1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의회에서 제정한) 국방수권법(NDAA)이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앞서진 않는다”며 “국제 협약이나 약정 철폐에 있어 의회는 막을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미 의회가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NDAA를 통과시켰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 주둔 미군 감축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일본 등에 주둔 중인 미군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서 “실체(real)가 있는 리스크”라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트럼프는 동맹 근간 자체를 재조정할 것이라는 경고를 (지난해 7월) 마지막 한일 방문 당시 양국에도 전했다”고 했다.

또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통화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 직통 (전화) 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담화에서 자신을 ‘쓰레기’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의 비난을) 늘 영광으로 받아들인다”고 맞받아쳤다.

동아일보

《최근 출간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내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공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입은 여전히 매서웠다. 그는 1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트럼프-김정은 직통 (전화) 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특별한 친분을 강조하며 ‘통화’를 수차례 언급했는데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볼턴이 ‘핫라인은 없다’며 이를 정면 부인한 것이다. 볼턴은 또 “북핵은 방어용이 아닌 북한식 흡수통일용”이라고 주장하면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10일 담화는 “기존 게임의 재탕”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김여정이 자신을 ‘쓰레기’로 부른 것에 대해선 “익숙한 북한의 비난이자 늘 영광”이라고 응수했다. 볼턴은 또 주한미군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제한을 둔 국방수권법(NDAA)이 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상 군 최고통수권자다. 의회와 상의 없이 (철수나 감축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약 1년 반 동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뒤 지난해 9월 물러났으며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10일 담화는 어떻게 해석하나.

“나에 대해 비난했다고 들었다(웃음). 늘 영광으로 받아들인다. 담화는 새로울 게 없다. 북한은 핵과 경제 지원 모두를 원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건 쉽다. 지난 30년 동안 4, 5차례 명문화까지 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당신이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공개 언급한 것 자체가 ‘협상에 재 뿌리기’란 시각도 있다

“그건 북한이 말하는 내용 아닌가. 리비아 모델은 아랍의 봄, 무아마르 카다피의 종말과 무관하다. 북한은 그 점을 알아야 했다. 그랬다면 내용 없는 (북-미) 정상회담도 예전과 똑같은 북한의 플레이가 되풀이되지 않았을 것이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미 독립기념일 DVD도 언급했는데 ‘DVD 외교’를 시사한 건가.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 북한의 가장 주요 목표는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 개선이다. 오래되고 불필요해진 핵시설들을 내준다는 약속을 전제로 그런 보상을 받는다면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영변 핵시설이 그런 차원이었고 이미 우리는 북한이 대체시설들을 가지고 있다는 걸 최근 알아냈다. (담화 등은) 북한이 그동안 해온 게임의 재탕이다.”

―여전히 ‘하노이 노딜’ 미스터리가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영변 카드만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그(김 위원장)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수용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고려했던 딜을 여전히 미국이 수용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북한은 트럼프 보좌진은 비난하면서도 김정은과 트럼프 간 미스터리하면서도 특별한 관계는 유지된다 말한다. 트럼프를 ‘봉(easy mark)’으로 보는 것이다. 10월에 대선 지지율에서 여전히 뒤처지면 트럼프는 ‘10월의 서프라이즈’ 차원의 북-미 정상회담을 원할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에 대한 관찰기도 전했다. 그는 “호텔 주변 짧은 도보에도 김 위원장은 (숨을 헐떡이는) 그런 모습 등을 보였다”고 말했다. 단 “향후 대북 협상에 있어 그의 권력은 확고해 건강 리스크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 보진 않는다”고 했다. 김여정에 대해선 “거의 말을 하지 않았지만 존재감은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직통 (전화) 라인은 존재하나.

“그(트럼프 대통령)는 사실이 아닌 많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통 번호를 교환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온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김 위원장과의 통화를 여러 차례 언급해 핫라인 설치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2018년 4월 백악관 입성 후 지근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관찰한 볼턴 보좌관은 이를 부인한 것. ‘직통 라인 또는 번호가 없다는 것이냐’고 되묻자 “그 같은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두 번 강조해 말했다. 다만 미 행정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다른 통로를 통해 북-미 간 통화가 이뤄졌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턴은 인터뷰 내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제어장치(국방수권법·NDAA)가 있다는 지적엔 “NDAA가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앞서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본, 한국에서의 주둔 미군 철수 가능성은 실체(real)가 있는 리스크”라며 “방위분담금 지원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트럼프는 동맹 근간 자체를 재조정(restructure)할 것이라는 경고를 (지난해 7월) 마지막 한일 방문 당시 양국에도 전했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가 주일미군보다 가능성이 높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당초에 왜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한지부터 트럼프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에 대해 그가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내일 하는 말이 다르다. 하지만 변치 않는 기본 철학은 미국이 한국을 보호해주고 있는 것일 뿐 한미 간 상호방호 동맹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류를 전한 당시 한국 정부의 반응은 어땠나.

“한국 정부는 당연히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와 결과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였다. 트럼프는 당초 요구한 50억 달러보다 낮은 금액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당시 그게 얼마인지 몰랐고, 트럼프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도 그럴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선 기간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수십 년간의 불공정무역으로 미국 내 반중 정서가 상당하다. 중국의 아시아 지역 내 위협도 그렇다. 트럼프의 강한 수사적 공격도 이 때문이다. 위구르족 박해에 대한 대중 제재도 시행될 것이다. 하지만 2018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위구르족 박해에 대한 제재를 가하려 하자 미중 무역 협상을 이유로 트럼프는 내게 제재 조치를 중단하라고 했다. 11월 재선에 성공하면 다시 중국과 무역협상이 재개되고 강한 수사적 압박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워싱턴은 미중 갈등에 대한 한국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보나.

“(한국의 포지셔닝에 대한 문제는) 북핵 위협과 연계해 봐야 하는 질문이다. 한미 내 많은 이들은 북핵은 (북한의) 자기방어용이라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북한식 흡수통일을 원하고, 핵이 있다면 미국에 대한 위협도 북한의 입지도 강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북핵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입지가 강해진다는 거다. 잘못된 미국 대통령 부류는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전제해 군축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나.

“나는 절대 그 같은 협상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핵기술과 무기를 살 수 있는 누구에게나 팔 것이다. 그런 위협 때문에 북한은 절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어서는 안 됐다. 한국 주도로 한반도가 통일돼야 동북아시아는 안전해질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면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는 건 시간문제다.”

―다시 백악관에 돌아갈 수 있다면 대북 협상에 있어 뭘 다르게 하겠나.


“글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나고 싶어 했고 내가 국가안보보좌관이 되기 수주 전 이를 공개했다. 이를 반대했던 나로선 보좌관직 자체를 수용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실수였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걸 보면 자명하다.”

―당신은 2017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선제공격의 유용함을 주장했는데, 그게 무모한 시각이라는 비난도 상당하다.

“나를 비난하는 이들은 지난 20년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쓴 내 글들을 읽어 봐야 한다. 조지프 던퍼드 전 합참의장의 말을 내 책에도 인용했는데, 그것은 ‘북한의 핵무기에 미국 도시가 위협당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unimaginable)’는 말이다.”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햇별정책의 실패는 오랜 기간을 거쳐 명확해졌다고 본다. 북한 정권은 태생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이건 한국엔 상당한 리스크이기도 하지만 굉장한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정책은 한반도에서 한국이 북한을 흡수하는 통일을 목표로 해야 하고, 쉽지 않지만 중국도 이를 수용케 할 수 있다고 본다. 자유민주주의 한반도는 남북한 국민 모두에 유익하다.”

―현직 대통령을 저격하는 책을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쓴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난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당신을 ‘배신자’라고도 했다.

“전직 정책결정자들은 국민에게 그 과정을 알릴 의무가 있다. 전 백악관 대변인 세라 샌더스가 (나를 저격하는) 책을 9월 발간하고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도 책을 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 기간 중 책을 냈다. 늘 있는 일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1948년 미국 볼티모어 출생 예일대, 예일대 로스쿨 졸업
△ 1985∼1989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법률고문, 법무부 차관보
△ 1989∼1993 국무부 국제기구사무국 차관보
△ 1997∼2001 미국기업연구소(AEI) 부회장
△ 2001∼2005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관
△ 2005∼2006 유엔 주재 미국대사
△ 2012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보좌관
△ 2018∼2019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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