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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9] 존경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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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tha Franklin ‘Respect’

팝음악사에서 1967년은 의미심장한 해다. 그해 발표된 비틀스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팝음악이 시장의 승리를 넘어 예술성의 승리까지 움켜쥐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리고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앞세워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전 세계로 번지기 시작한 청년 세대 플라워 무브먼트는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으며 일제히 봉기했다. 1967년을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이라 부르는 이유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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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이 노래를 부른, 시나브로 '솔의 여왕'이라는 불멸의 왕관을 쓰게 될, 엘비스 프레슬리를 키운 멤피스에서 태어나 흑백 갈등이 첨예한 디트로이트에서 성장기를 보낸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뮤지션 어리사 프랭클린이 '존경(존중·Respect)'이라는 명확하고도 거대한 화두를 던진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 노래 작곡자이자 역시 '솔의 왕'으로 추대되는 오티스 레딩이 2년 전에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 노래는 백인 대중에게 던지는 인종적 마이너리티의 권리 청원이었다. 당신이 존경받기를 원한다면 먼저 작은 존경을 보이라는.

그러나 같은 텍스트가 어리사 프랭클린 목소리로 바뀌었을 때 이 노래는 흑백 인종 이슈에서 남성 대 여성 젠더 이슈까지 포괄하는 전선으로 확대된다. 프랭클린은 능숙한 곡예사처럼 신들린 테크닉으로 부르짖는다. 내가 오로지 요구하는 것은 아주 작은 존중이라고.

요즘 대한민국에서 '리스펙'이라는 표현은 상투적으로 사용된다. 방탄소년단도 노래에서 말하지 않는가? 잘은 모르지만 하여튼('리스펙'이라는 게) 사랑보다는 상위라고.

‘respect’의 라틴어 어원은 ‘바로 보다’라는 다소 쿨한 뜻이다. 우린 존중하기 위해 그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로 보는 훈련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식도 호들갑스러운 과장도 필요 없다. 존경은 상호 간의 가치를 동등하게 인식할 때 비로소 피어나는 꽃이다.

[강헌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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