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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최측근 수감 직전 사면… "닉슨도 못했던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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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로 징역 40개월 받은 40년 지기 '비선 참모' 로저 스톤… 복역 나흘 전 감형해 사실상 사면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40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신의 최측근인 로저 스톤(67)을 감형(減刑)을 통해 사실상 사면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의 '킹 메이커' 역할을 했던 그는 트럼프 캠프가 선거 때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의혹에 개입하고, 그 조사 과정에서 위증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법과 질서'를 주장하며 강경 대응해온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사법 절차 무력화에 들어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직전 사퇴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넘지 않은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닉슨도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비서실장 등에 대한 사면을 끝내 실행하지 못했는데, 트럼프가 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10일(현지 시각) 밤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로저 스톤의 형을 감형했다고 밝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스톤은 좌파들이 만든 '러시아 사기극'의 피해자"라며 "그는 이제 자유인"이라고 했다. 정확한 감형 기간을 밝히지 않았지만 '자유인'이라고 한 것으로 볼 때 형기를 모두 감형한 것으로 보인다.

스톤은 1심에서 4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오는 14일 조지아주 연방 교도소에서 복역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수감 나흘 전에 사실상 사면을 한 것이다.

스톤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허위 증언 및 증인 매수 등 7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래 검찰은 지난 2월 징역 7~9년의 중형을 구형(求刑)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매우 끔찍하다"고 불만을 표시하자, 법무부는 구형량을 3~4년으로 낮췄다. 이에 담당 검사들이 집단 사임하고 1000여 명의 법무부 전직 관리가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미국판 검란(檢亂)'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진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까지도 스톤의 감형에 부정적이었고, 감형하더라도 대선 이후에 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 폭스뉴스 앵커인 숀 해너티, 맷 개츠 하원의원 등 외곽 조언 그룹에서 스톤의 감형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한 측근은 폴리티코에 "트럼프는 강해 보이길 원했다"고 했다. 코로나 등으로 지지율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스톤을 풀어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윗을 통해 "트럼프는 미국 현대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라고 했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무법적 대통령이 법무부를 노리개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전대미문의 역사적인 부패"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대통령직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배반"이라고 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선 캠프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의혹이다. 2년여에 걸친 특검 수사에서 트럼프 선거 캠프 인사들과 러시아 정보기관원들의 연결 고리는 발견됐지만, 캠프 차원에서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11일에도 트위터에 "로저 스톤은 불법적 마녀사냥의 표적"이라며 "죄를 저지른 것은 (전 정권의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과 버락 오바마(대통령)를 포함, 우리 캠프를 몰래 들여다본 반대쪽"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수사 자체가 잘못됐기에 스톤은 죄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측근' 로저 스톤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비선(祕線) 참모로 '킹메이커'로 불렸다. '더러운 협잡꾼' '뛰어난 전략가'란 수식어가 동시에 따라다닌다. 트럼프가 출마를 결심한 것도 40년 지기인 그의 설득 때문으로 알려졌다. '흑색선전과 돈만 있으면 미키마우스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감옥에 가두자는 내용의 '힐러리를 가둬라(Lock Her Up)' 캠페인을 주도했다.



[포토]트럼프 '러 스캔들' 측근 감형, 사실상 사면…美 여·야 "역사적 부패"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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