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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日 극우기업이 드러낸 상상초월 혐한 의식과 역사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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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상장기업이 장기간 사내에 혐한(嫌韓) 문서를 배포해온 실태가 현지 법원의 판결로 드러났다. 이 회사 비정규직원인 재일 한국인 3세 여성이 5년 가까이 법정 투쟁을 벌인 끝에 최근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실태가 공개된 것이다.

부동산회사인 후지주택은 2013∼2015년 임직원에게 한국 중국 등을 비난하는 표현이 들어간 문서 등을 배포하고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교과서 채택운동 협조를 요청하는 등 업무와 무관한 활동을 벌여왔다. 후지주택은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이다.

후지주택이 배포한 각종 문서에는 한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조장하거나 식민지배와 전쟁 반성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은 영원히 날조하는 국가”, “자이니치(재일 조선 한국인)는 죽어라”, 한국인을 ‘야생동물’에 비유하는 유튜브 댓글들이 문서 형태로 배포됐다. 심지어 “종군위안부 강제연행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며 실제는 종군위안부는 급여가 높은 전시 매춘부”라는 등의 주장도 있었다. 회사 측은 이를 “경영 이념과 결부된 인격 면에서의 종업원 교육의 하나”라며 “문서를 읽는 것은 강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후지주택 창업자인 이마이 미쓰오 회장은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역사교과서’ 채택운동에 앞장서고 ‘국가를 위해 회사를 경영한다’를 경영이념으로 내건 극우 성향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일은 비록 일개 민간기업에서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벌어진 일이지만 임직원에 대한 강요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일본 내 극우세력의 역사왜곡 및 혐한 행위가 얼마나 집요하게 이뤄지는지 짐작하게 한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극우 혐한 인식의 추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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