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싱가포르 집권당, 코로나 위기로 독립 이후 최악 총선성적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석점유율 89%… 90% 처음 깨져

득표율도 前총선 대비 9%P 하락

10일 치러진 싱가포르 총선에서 야당이 역대 최대 의석을 획득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리셴룽(李顯龍·68) 현 총리가 속한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침체 속에 독립 후 첫 선거인 1968년 총선 이래 두 번째로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PAP는 전체 93석 중 83석(89%)을 차지하며 정권 유지에 성공했다. 그러나 의석 점유율이 9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65년 독립 이후 사상 처음이다. 또 PAP의 득표율은 61.2%로 떨어졌다. 이는 2015년 총선 대비 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역대 최저치인 2011년의 60.1%에 근접한 수치다. 국부 리콴유(李光耀·1923∼2015) 전 총리가 설립한 PAP가 60여 년간 집권해 온 싱가포르에서 이번 집권당의 성적은 기대 이하로 평가된다.

싱가포르 의회 내 유일한 야당인 노동자당(WP)은 기존 6석에서 4석이 늘어 사상 최대치인 10석을 확보했다. 프리탐 싱 WP 당수는 공식적인 야당 지도자로 지명될 예정이다.

집권당의 부진한 성적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침체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는 5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 감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특별 예산으로 930억 싱가포르달러(약 80조2800억 원)를 투입했지만 경기침체 지속이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정부들에 대한 경고”라고 했다.

리셴룽 총리는 “득표율이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높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코로나19 위기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고통과 불확실성을 반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수습한 뒤 총리직을 물려주겠다”며 “70세가 되는 2022년에 은퇴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12일 코로나19 확진자는 4만5783명, 사망자는 26명이다. 싱가포르의 확진자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중 가장 많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