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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건강한 가족] 수술 횟수 적게, 삶의 질 높게…암 환자 입장서 치료 방향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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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분야 전문 의료진 다 모여

환자·보호자와 함께 치료법 찾아

복강경·로봇으로 수술 정확도↑

중앙일보

아주대병원 대장암센터 의료진이 모여 간에 암세포가 전이된 대장암 4기 환자의 절제 수술 부위와 치료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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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센터 탐방 아주대병원 대장암센터



대장암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암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없는 데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3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대장암 환자 대부분은 수술 이후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는다. 폐·간 등으로 전이된 후 4기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진료과를 이곳저곳 찾아다니다 남은 체력마저 소진하기도 한다. 아주대병원 대장암센터는 이 같은 대장암 환자의 고충을 배려해 ‘환자 우선주의’를 표방한다. 대장항문외과·소화기내과·종양혈액내과 등 전문 의료진이 호흡을 맞춰 환자의 치료 전부터 치료 후 삶의 질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향을 설계한다.



직장암 20%는 방사선 치료 후 사멸



‘환자 우선주의’ 치료는 우선 직장암 치료 시 빛을 발한다. 직장은 대변을 잠시 저장하는 곳으로, 대변이 마려워도 일정 시간 참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직장암 치료를 위해 이 부위를 절제하면 대변이 마려울 때마다 화장실에 가야 하는 등 수술 이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이에 아주대병원 대장암센터는 직장암 환자의 직장을 보존하려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일부 환자에 대해 직장암 비절제 치료를 조심스럽게 시행하고 있다. 우선 직장암 병변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해 암 크기부터 줄인다. 이후 검사를 통해 암세포가 사멸했을 것으로 판단되면 일부 환자에서 조심스럽게 직장을 절제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기도 한다. 이 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직장암 환자 5명 중 1명은 방사선 치료로 암이 사멸했다.

대장암이 장관을 막은 ‘폐쇄성 대장암’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게 ‘내시경적 위장관 스텐트 삽입술’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엔 장관을 가로막은 암 부위 절제에 앞서 ‘장루수술’을 진행했다. 복벽에 구멍을 내고 장 일부를 꺼내 고정하는 수술로 항문 역할을 임시로 대신한다. 하지만 장루수술 부위에 흉터가 남고 상처 감염 위험이 뒤따랐다. 또 장내를 가로막은 암 때문에 대장 내시경이 통과할 수 없어 대장 내 다른 부위에 있을지 모르는 암은 찾아낼 수 없었다. 반면에 ‘내시경적 위장관 스텐트 삽입술’은 장루수술 없이 항문을 통해 대장암 부위까지 스텐트를 넣어주는 방식이다. 장내 암 부위에 도착한 스텐트는 이틀이면 팽창해 암 덩어리를 누르고 통로를 확보한다.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는 “이 시술을 시행하면 대장 내시경을 삽입해 대장 내 퍼져 있을지 모르는 또 다른 암 덩어리까지 샅샅이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찾아낸 암들은 수술 한 번으로 모두 말끔히 제거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시술은 소화기내과 전문의의 숙련도뿐 아니라 대장항문외과와의 협진도 중요하다”며 “센터는 협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지난해 이 시술만 224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장암 환자의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는 데도 주력한다. 복강경·로봇 수술 등 미세침습 수술로 수술 후 감염, 흉터를 최소화해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특히 로봇 수술은 직장이 있는 좁은 골반강에서도 관절 가동이 자유로워 효자 노릇을 한다. 센터는 아주대병원이 보유한 최신 로봇(다빈치Xi)을 활용한다. 간·폐 등으로 암세포가 전이된 4기 대장암의 경우 간암·폐암 센터 의료진과 협진해 4~5개의 구멍을 이용해 한 번에 미세침습수술을 진행한다. 대장뿐 아니라 전이된 부위의 암 덩어리를 같은 날 절제할 수 있는 것은 센터 간 탄탄한 협진 시스템 덕분이다.



간·폐로 전이된 경우 해당 센터와 협진



환자를 우선시하는 진료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센터 내 대장항문외과·소화기내과·종양혈액내과 등 각 과 의료진이 매주 목요일 낮 12시30분에 모여 다학제 진료를 진행한다. 이 자리엔 환자·보호자도 참석한다.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돌아다니지 않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계획을 신속히 세울 수 있다. 종양혈액내과 강석윤 교수는 “환자의 연령대와 대장암 병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항암 치료로 암 크기부터 줄일지, 절제 수술부터 시행할지 등 환자에게 최적화한 진료 방법 및 순서를 이날 회의에서 정한다”고 말했다.

암 전문 코디네이터가 일대일로 진료실까지 동행하는 ‘암 신환(新患) 동행 서비스’도 도입했다. 아주대병원이 2017년부터 제공해 온 이 서비스는 암 환자가 낯선 병원에서 동선을 헤매거나 까다로운 진료 절차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고안한 것이다.

‘환자 우선주의’ 진료 원칙은 치료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대장암 부문 적정성 평가에서 아주대병원 대장암센터는 올해까지 7년 연속 1등급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국소 림프절 절제 및 검사율 ▶수술·방사선·항암 화학요법 등 적정 치료 시행 여부 ▶수술 전 정밀검사 시행률 등 13개 지표에 대해 이 센터는 종합점수 99.63점을 받았다. 이는 전체 평균(97.11점)뿐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평균(99.36점)을 웃도는 수치다.



“암 수술한 의사가 끝까지 환자 추적 관찰, 재발 방지에 최선”



인터뷰 오승엽 아주대병원 대장암센터장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은 세계 2위다. 2018년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대장암 환자가 44.5명으로, 헝가리(51.2명) 다음으로 많다. 조기 검진으로 대장암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오승엽(사진) 센터장이 이끄는 아주대병원 대장암센터는 연평균 380~400건, 누적 7500건 이상의 수술 실적을 쌓으며 대장암 치료 잘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Q : 4기 환자가 많이 찾아온다고 들었다.

A : “그렇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 어렵다고 해 좌절한 환자가 우리 센터의 다학제 진료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많이 찾아온다. 특히 간·폐·뼈 등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가 일어난 4기 대장암의 경우엔 다학제가 최적화돼 있다. 물론 이런 환자를 수술하는 게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면 희망이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당일 다학제’도 진행한다. 환자가 암을 진단받은 당일에 다학제 회의를 여는 것이다. 병원의 간암·폐암 센터도 자체적으로 다학제를 진행해 오고 있어 센터 내부뿐 아니라 센터 간의 다학제로 4기 대장암을 신속하면서도 최적화한 방법으로 치료한다고 자부한다.”

Q : 센터가 고집하는 진료 철학이 있다면.

A : “대장암 절제 수술을 맡은 의사가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는 게 불변의 진료 철학이다. 대장암 치료 과정에서 암 절제 수술은 대장항문외과가, 항암 치료는 종양혈액내과가 담당한다. 일선에선 대장항문외과 의사의 수술 후 종양혈액내과 의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환자를 추적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술을 집도한 대장항문외과 의사가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를 직접 수술한 의사는 수술 후 환자가 불편해하는 점, 배뇨·성 기능 장애 이상 여부, 재발 의심 상황 등을 가장 잘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센터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가 수술 후 2년간은 3개월마다, 그 이후는 6개월마다 환자를 진료하며 추적 관찰한다.”

Q : 환자를 위한 임상 연구도 활발한데.

A : "환자 치료뿐 아니라 환자 치료에 도움되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첫째는 대장암 환자의 수술 예후를 예측하는 인자를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이고 있다. 혈액인자(림프구, 혈소판, 림프구 대 호중구 비율 등)를 이용한 연구를 국제학술지에 다수 발표해 왔다. 또한 직장암 환자에서 방사선 치료 후 완전관해(종양이 완전히 소실된 것이 확인된 경우)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직장, 항문 괄약근을 보존하려 노력하고 있다. 둘째는 직장암의 방사선 치료 후 암이 깨끗하게 사라졌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방법의 연구다. 직장을 최대한 보존하려면 직장암이 깨끗이 사멸했는지 알아내야 한다. 이른 시일 내 연구 성과를 내는 게 목표다.” 정심교 기자



아주대병원 대장암센터 주요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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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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