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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코로나 힐링 된다” 이 그림 보려고 이렇게 긴 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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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김보희 개인전 ‘투워즈’

독특한 색감으로 자연 그린 한국화

SNS 호평에 “BTS도 봤대” 더 몰려

김 작가 “예상 못한 반응 가슴 뭉클”

중앙일보

금호미술관 3층 전시장 ‘더 데이즈’ 작품 앞에 선 김보희 작가. 이 그림은 시작에서 완성까지 2년 6개월이 걸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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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화 작가 김보희(68)의 대규모 개인전 ‘투워즈(Towards)’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12일 폐막했다. 지난 5월 15일 개막한 이 전시는 시간이 갈수록 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들이 전시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오전 8시부터 미술관 앞에 대기했다. 전시장이 오픈한 오전 11시 이후엔 200여 명이 인도에 길게 줄지어 서서 대기 시간이 1~2시간에 달했다.

도록과 포스터도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번 전시를 시작하며 발간된 도록은 지난 주말에 일찌감치 다 팔렸고 김보희 작가 화집과 전시 포스터 3종도 폐막을 하루 앞둔 11일 저녁 매진됐다. 금호미술관 측은 “포스터는 3종이나 제작했으나 계속 매진돼 4차례나 발주를 했다. 하지만 폐막을 하루 앞두고 11일 저녁 모두 팔렸다”고 설명했다.

대기 인원이 많아지면서 미술관을 찾았다가 전시 관람을 포기한 이들도 속출했다.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금호미술관을 찾았다”는 한 70대의 관람객은 “두 차례나 미술관 앞까지 갔지만 이미 대기 관람객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돌아섰다”고 말했다.

김보희는 50년 가까이 자연을 주로 그려온 한국화 작가다. 데이비드 호크니 등 ‘글로벌 스타’도 아니고, 이미 작고한 김환기·박수근·이중섭처럼 모두가 다 아는 ‘국민 화가’급도 아니다. 국내 생존 화가의 개인전을 1~2시간 줄을 섰다가 관람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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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희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금호미술관 앞.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12일 오전부터 길게 줄 서있다. [사진 금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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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지하 1~3층 전시장의 전체 관람 인원을 70명으로 제한한 것도 이유였지만, SNS 등에 이어진 관람객들의 호평이 이런 현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김남준)이 전시장을 다녀간 소식이 알려지면서 방탄소년단 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김윤옥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일상을 꾸준히 담아온 작가의 수행적 태도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다”며 “이번 전시가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희 작품은 색감이 독특하고 풍경 속 대기의 느낌까지 전해질 정도로 디테일이 남다르다. 캔버스에 한국화 물감(분채)으로 작업했으며, 압도적인 규모의 캔버스 작업으로 그림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는 의견도 많다. 그동안 국내 현대미술품 전시엔 설치나 영상 등 일반 관람객에겐 난해한 작품이 많았으나 이번 전시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회화의 매력을 다시금 일깨웠다는 분석도 있다.

김 작가는 12일 오전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른 아침부터 많은 분이 제 그림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에 완전히 정착한 후 남편이 여러면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줘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제 자신 감정에 충실하게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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