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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최강팀 100승 투수 이강철, 최약팀을 바꾼 100승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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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팀도 시즌 처음 5할 승률

통산 성적도 100승2무100패 5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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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왼쪽) KT 감독이 10일 경기에서 홈런을 친 강백호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 감독은 11일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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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승 100패로 승률 5할이라…. 좋은 징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53) 감독은 12일 “신기하게도 ‘100’이라는 숫자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11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 10-7 승리로 감독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사령탑 첫해인 지난해 71승을 쌓았고, 올해 29승을 더했다. 역대 46번째 통산 100승 감독이다.

이 감독은 KBO리그 역대 최고 잠수함 투수로 통한다. 현역 시절 통산 152승을 올렸다. 투수로 100승과 감독으로 100승을 동시에 달성한 프로 감독은 선동열, 김시진, 한용덕밖에 없다. 이 감독이 네 번째다. 그는 “선수 100승도 기뻤지만, 감독 100승은 더 영광스럽다. 지금까지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분 좋은 우연이 겹쳤다. 11일 승리 전까지 이 감독의 사령탑 성적은 99승 2무 100패였다. 100번째 승리로 감독 통산 승률도 5할에 맞췄다. 동시에 KT도 29승 29패로 개막 두 달여 만에 처음 5할 승률에 도달했다. 감독과 팀이 운명 공동체답게 함께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 감독은 100번의 승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1승으로 역시 “감독 데뷔 첫 승”을 꼽았다. 2019년 3월 29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이다. 힘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5연패 끝에 어렵게 첫 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개막하자마자 인천에서 SK 와이번스에 2패, 창원에서 NC 다이노스에 3패를 당했다. 홈 개막전에서 만난 KIA 선발이 에이스 양현종이었다. 무척 갑갑했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그날 KT는 예상을 뒤엎고 6-3으로 이겼다. 천신만고 끝에 ‘1승’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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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해태 타이거스 시절 이강철.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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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기 더 있다. 지난해 최종전에서 거둔 71번째 승리다. 삼성 라이온즈를 7-0으로 꺾고 71승 2무 71패로 시즌을 마쳤다. KT로서는 창단 후 처음으로 승률 5할을 찍은 것이다. 이 감독은 “5할 승률은, 시즌 내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왔다가도 끝내 멀어지던 목표였다. 그걸 마지막 경기에서 해내 의미가 남달랐다”고 설명했다.

KT는 이 감독과 함께 ‘최초’의 기록을 써가고 있다. 4년간 한 시즌 60승도 해보지 못한 팀이 지난해 70승을 넘겼다. 올해는 58번째 경기 만에 시즌 도중 처음으로 승률 5할을 만들었다. 그 승리가 바로 감독의 통산 100승째였다. 팀 전체에 활기가 넘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감독은 거듭 “5할과 100승을 동시에 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겹쳐서 신기하다. 기분 좋게 남은 시즌을 치러나갈 원동력이 생겼다”고 흐뭇해했다.

선수 이강철은 1990년대 최강팀 해태에서 10년 연속 10승을 기록한 에이스였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승 기록 보유자다.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고 당대를 호령했다. 지도자 이강철은 그렇지 못했다. KIA,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를 거치며 13년간 코치만 맡았다. 선수 시절 자신의 후배였던 감독들을 보좌하며 묵묵히 일했다. 그런 그에게 처음 프로 지휘봉을 맡긴 팀이 ‘막내’ KT다.

감독 이강철은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 올렸다. 구단 역사에 가장 뚜렷한 족적을 새겼다. 그는 “언제 100승을 해보나 했는데 이런 날이 오기는 오더라. 200승까지의 속도는 지난 100승보다 더 빨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KT가 앞으로 더 많이 이겨야 한다는 바람이자 다짐이다.

전화 인터뷰를 마치기 전 이 감독에게 “100승 이후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101승”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벌써 100승의 감격을 털어냈다. 그리고 다음 승리를 향한 준비를 시작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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