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젊은이여, 세계로 뻗어가라"…해외취업 `특급 도우미` 韓商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SPECIAL REPORT : 청년취업 지원나선 '글로벌한상드림' ◆

매일경제

정영수 글로벌한상드림 부이사장(왼쪽 셋째)이 청년취업지원 교육 수료생들에게 해외 취업 등에 대한 조언을 들려주고 있다. 정서영 씨(오른쪽)는 필리핀 한상 기업에 취업했으며, 임다솔 씨(왼쪽 둘째)는 헝가리 한상 회사에 합격했다. 신승희 씨(왼쪽)는 현재 취업 준비 중이다. [김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한상(韓商)들의 모국 청년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취업지원과 장학사업 등을 통해서다. 12일 정영수 글로벌한상드림 부이사장(74)은 "글로벌한상드림은 차세대 한민족 인재를 발굴·육성하고 한상의 모국 공헌을 위한 플랫폼"이라며 "장학사업은 누군가의 미래를 열어주는 열쇠이자,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주는 마술"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한상드림은 2016년 한상들이 차세대 한민족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 한상기업에 취업한 청년들

글로벌한상드림은 최근 '2020 청년취업지원 교육사업'을 마무리했다. 1월에 시작해 지난달 25일 멘토링을 끝으로 종료했다. 교육생 4명 중 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 사업은 차세대 한상과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교육프로그램은 독서, 직무교육, 비즈니스영어, 면접준비, 한상기업 탐방 등 실무적인 내용으로 구성됐다. 총교육과정은 6개월이다.

글로벌한상드림은 올해 1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취업지원 교육 대상 학생 4명을 뽑았다. 당초 3개월간 필리핀 국외 연수도 예정됐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대신 온라인 영어 프로그램과 국내 교육으로 대체됐다.

교육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다율 씨는 최근 국내 광고회사에 취업했으며, 임다솔 씨와 정서영 씨는 각각 한상기업에 합격했다. 임씨는 헝가리 컨설팅회사, 정씨는 필리핀 인재개발회사에 취업했다. 두 명은 올해 말께 출국할 예정이다. 신승희 씨는 취업 준비 중이다.

정서영 씨는 "교육과정 중 독서와 토론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임다솔 씨는 "멘토링세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멘토링을 통해 학교나 책에서 배울 수 없는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글로벌한상드림 청년취업지원사업을 통해 3명의 교육생이 모두 취업 관문을 뚫었다. 1명은 국내 보안회사에 취업했으며, 2명은 각각 필리핀 여행사와 필리핀 교육회사에 입사했다.

이미 한상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반응도 좋다. 지난해 필리핀 여행사에 취업한 A씨는 "글로벌한상드림 취업지원에서 해외 취업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우고 가니 현지 정착이 수월했다"며 "어학과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특히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한상드림은 매년 1월 청년취업지원 교육사업을 공지한다. 공지수단은 글로벌한상드림 홈페이지와 스펙업 등 청년 취업 온라인 커뮤니티다. 이후 서류와 면접을 통해 교육생을 선발한다. 교육비는 무료다.

◆ 발로 뛰며 습득한 노하우 조언

정영수 부이사장은 취업지원 교육사업 마지막 날 청년들과 만나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들려줬다. 정 부이사장은 싱가포르 한상으로, 지난해 1억원을 글로벌한상드림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CJ그룹 글로벌경영 고문도 맡고 있다.

정 부이사장은 영어뿐 아니라 현지 언어도 익히라고 청년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언어를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해 해외에 나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미래가 달라진다"며 "영어는 기본이고, 헝가리어와 타갈로그어 등 현지어도 습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이사장은 젊은 시절 홍콩에서 근무했는데, 발령 전 서울에서 광둥어를 배웠다.

홍콩에 도착해 6개월이 지났을 무렵 광둥어로 현지인과 대화가 될 정도로, 현지어가 늘었다고 한다. 회사 업무는 영어로 하지만, 현지어로 소통이 되니 해외 생활이 한결 더 원활해졌고,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아졌다.

정 부이사장은 '계획'과 '시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서의 비즈니스는 국내보다 2~3배 이상 고달프다"며 "1주일, 1개월, 3개월, 6개월, 1년, 3년, 5년 계획을 세워야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획이 있어야 시간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부이사장은 지금도 시간관리가 철저하다. 기상 시간은 오전 5시 30분. 6시부터 1시간 걷고, 조식 시간은 7시 20분부터 30분까지다.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4시쯤 사무실을 나온다. 이후 비즈니스 미팅 등을 하고 6시에 저녁식사를 하고 9시에 귀가한다. 정 부이사장은 40년 동안 이 같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시계는 2분 빠르다. 약속 장소엔 항상 10분 먼저 도착한다. 철저한 시간관리를 위한 그만의 전략이면서 영업 노하우다. 그는 또한 "계획 수립은 자기주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이사장은 해외로 나가는 청년들에게 '포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1년 안에 내 청춘을 이 나라에 바칠 수 있겠느냐 결정해야 한다"며 "나와 안 맞겠다 싶으면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나라 문을 두드려봐라"고 조언했다. 처음 가본 나라는 문화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정착이 쉽지 않다. 1년간 버텨보고, 적응이 힘들면 '손절'해야지, 안 맞는 나라에 있어 봤자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정 부이사장은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부이사장은 "지금까지 한국은 글로벌화된 세계 속에서 무역을 통해 성장했다"며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로 예전과 같은 성장 패러다임이 힘들어지면서 독보적인 기술이 있어야만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들과 차별화된 스킬을 갖기 위해선 평생공부가 필요하다는 게 정 부이사장 주장이다. 그리고 공부는 전공과 관계없이 비즈니스에 필요하면 무조건 부딪쳐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부이사장은 "일이 바쁘겠지만 현지에서 대학원 진학도 고려해보라"며 "70세가 넘은 나도 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는데, 젊은이들은 촌음을 아껴서 항상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 부이사장은 2016년 캘리포니아대학교 LA캠퍼스(UCLA)에서 3개월간 익스텐션코스(Extension Courses)를 수강했다. 익스텐션코스는 비학위과정 강좌로, 며느리인 이경후 CJ ENM 상무가 과목을 추천해줬다고 한다. 당시 정 부이사장이 수강했던 과목은 샤머니즘과 재즈, 음악과 영화, 현실정치 등 4과목이었다.

◆ 상사맨에서 출발한 한상 정영수 부이사장

그는 청년들에게 본인의 인생 스토리도 들려줬다. 정 부이사장은 1964년 한국외대 무역학과에 입학하며 상사맨의 꿈을 키웠다. 당시 정부는 무역을 장려했다. 무역은 자원이 없는 가난한 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사업 중 하나였다. 군 복무도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에서 하며, 해외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정 부이사장은 1972년 전자제품업체 한국마벨 수출부에 입사했다.

정 부이사장은 1977년 홍콩지점을 거쳐 입사 10년 만인 1981년 싱가포르법인장이 됐다. 홍콩 주재원 시절엔 하루에 거래처 7~8곳을 돌며 세일즈를 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승승장구했지만,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상사맨의 꿈은 버리지 못했다. 1984년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그해 8월 비디오·오디오용 마그네틱테이프 등을 생산·수출하는 진맥스(JINMAX)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은행 빚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 2년간은 혹독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졸면 죽는다"는 각오로 불철주야 뛰어다녔더니 진맥스는 현지 마그네틱테이프 수출 1위 기업이 됐다. 당시 그는 새한미디어와 접촉해 동남아 독점판매권을 따내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고 이창희 새한그룹 회장의 지원도 받았다.

이창희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차남으로, 정 부이사장과 사돈인 이재현 CJ 회장의 작은아버지다. 정 부이사장은 새한과의 인연으로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테이프를 조립해 유럽에 수출할 기회도 얻었다.

아들 정종환 CJ 부사장(40)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위며, 며느리는 이 회장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 상무(35)다. 정종환 부사장은 CJ 글로벌 통합(Global Integration) 팀장 겸 미주본사 대표를 맡고 있다. 정 부이사장은 "'우물 안 개구리'로 살기보다는 시야를 넓혀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세계를 무대로 뻗어나가길 바란다"고 청년들에게 당부했다.

◆ 장학사업 펼치는 글로벌한상드림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한상드림은 드림서포터즈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드림서포터즈는 1인당 최대 10년간 매년 600만원의 장학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장학생은 한국 3명, 중국 1명, 탄자니아 1명으로 총 5명이다. 매년 평가를 통해 계속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선발기준은 꿈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실천 가능 여부다.

한상장학금도 있다. 글로벌한상드림은 세계한상대회 개최지역에서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엔 전남·여수 지역 청소년 20명에게 2000만원의 한상장학금을 수여했다.

글로벌한상드림은 2016년 한상 리더들이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100억원을 목표로 기금을 조성 중이다.

현재 기금액은 1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엔 고상구 제18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이 글로벌한상드림에 1억원을 기부하며 한상대회장의 기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사장은 미국 한상인 홍명기 듀라코트그룹 회장이며, 부이사장은 정영수 CJ 글로벌경영 고문이다. 이사는 고상구 베트남 K&K글로벌트레이딩 회장, 김점배 오만 알카오스트레이딩 회장, 박기출 싱가포르 PG홀딩스그룹 회장, 송창근 인도네시아 KMK글로벌스포츠그룹 회장, 승은호 인도네시아 코린도그룹 회장, 오세영 라오스 코라오그룹 회장, 이숙진 호주 제마이홀딩스그룹 회장 등이다.

'젊은 한상' YBLN, 청년들에 도전DNA 전수한다

11월까지 5기 장학생 선발
라오스·태국·중국 한상들이
진로 컨설팅·해외연수 지원
'뉴노멀' 온라인 포럼도 개최

매일경제

젊은 한상들의 모임인 YBLN(영비즈니스리더네트워크)도 멘토링과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12일 노형우 YBLN 부회장은 "9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3~5명의 장학생을 추천받은 후 10월 면접을 보고 11월에 장학생을 선정할 예정"이라며 "장학금과 더불어 YBLN 회원들의 멘토링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YBLN의 장학사업은 장학금 후원에다 대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동반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올해 뽑히는 장학생은 5기다. 현재 지난해 선발된 4기 3명과 2기 1명, 3기 1명 등 총 5명의 학생이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 금액은 학생 한 명당 월 30만원이다. 현재 라오스와 태국, 중국 YBLN 회원들이 학생들의 멘토가 돼 진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해외 연수 기회를 잡은 학생도 있다. YBLN 1기 장학생인 장진영 씨는 2016년 YBLN 일본 회원이 운영하는 도쿄 일본어학원에서 어학연수를 받았다. 연수비는 YBLN 일본 회원이 책임졌다. YBLN은 또한 장씨에게 아르바이트 자리도 마련해줬다. YBLN의 일본 네트워크를 통해서다.

YBLN은 OK배정장학재단과 함께 해외장학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제3회 YBLN & OK배정장학재단 해외장학생 장학금 수여식은 오는 10월 세계한상대회에 맞춰 열릴 예정이다. 매칭펀드 형식으로 OK배정장학재단과 YBLN이 50대50으로 기금을 마련했다.

매일경제

지난해 한상대회에선 미국, 콜롬비아, 중국 지역 장학생을 선발했다. OK배정장학재단은 재일교포 출신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설립했다. 학생들의 멘토는 같은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상들이다.

멘토는 박원규 콜롬비아 한인회장, 김덕기 중국 한스그룹 회장, 김재우 미국 데이터로커 대표 등이다.

김덕기 회장은 "중국 장학생은 러시아 고려인 출신으로, YBLN을 통해 알게 된 사업가의 자녀"라며 "해외 교포들이 좋은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주한 YBLN 회장은 "한상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업가 DNA를 갖추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한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선 차세대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에서 부동산개발업과 의료기기업 등을 하고 있다.

한편 YBLN은 최근 '2020 YBLN 뉴노멀 포럼'을 개최했다. 6월 예정됐던 베트남 호찌민 시티포럼이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뉴노멀포럼이라는 온라인 행사로 대체된 것이다. 포럼은 '줌'을 활용한 웨비나 형태로 진행됐다. 사모펀드와 은행 등을 운영하는 최운화 미국 퀀텀그룹 회장이 이날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온라인 포럼엔 도미니카와 인도네시아, 중국, 파라과이, 미국, 호주, 베트남, 몽골, 인도, 캐나다 등 지역 YBLN 회원들이 참여했다. 최상민 YBLN 부회장은 "YBLN 사상 처음 시도되는 온라인 포럼이었다"며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소통과 모임을 이뤄가자는 취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회원들에게 혜안을 제공했던 행사였다"고 전했다.

YBLN은 2008년 부산 세계한상대회에서 결성된 젊은 한상 네트워크로, 36개국에서 약 240명의 사업가가 참여하고 있다.

매일경제

[정승환 재계·한상 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