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시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 분향소에 한 시민이 보낸 부의금 봉투. 유족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는 문구를 적었다. <김유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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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지 이틀째인 11일 차분한 분위기에서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종교·정치·사회 등 박 시장과 인연이 있는 각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날 '故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가 꾸려진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애도하는 시민들이 1미터 간격으로 줄지어 섰지만, 장례식장은 전날과 달리 한산한 편이었다.
◆ 정몽준 이사장, 염수정 추기경, 김기문 회장 등 빈소 찾아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서 부시장은 빈소를 들고 나서면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후의 장례절차에 대해 묻는 취재진 질문에도 서 부시장은 무겁게 침묵했다. 서 부시장은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내년 4월까지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전날 그는 "서울 시정은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유고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앞으로 할 일도 많고 그런데... 꼭 이러시지 않아도 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시장이 전직 비서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실과 관련해 최 교수는 "죽음으로 모든 것을, 모든 것을 답했다고 본다. 그래서 조문한 것"이라고 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았다. 염 추기경은 "박 시장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돼 참 안타깝다. 유족에게 위로를 드리고 고인을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과의 인연에 대해 염 추기경은 "서울시가 잘되도록 서로 기도하고 또 같이 도우면서 사는 게 시민으로서 우리의 삶 아니냐"고 되물었다. 정몽준 이사장은 조문을 마친 뒤 말없이 돌아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이 아닌 서울시청 앞에 차려진 시민 분향소를 찾았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분향소가 설치된 직후 약 30분간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조문했다. 정 부회장은 회사 대표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찾은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차는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관련해 서울시와 긴밀한 업무협의를 해왔으며, 정 부회장은 박 시장이 아름다운 재단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전날 정 부회장 명의 조화를 서울대병원 빈소로 보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남춘 인천광역시장 등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빈소가 차려졌던 첫날인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가 조문한 데 이어 다른 나라의 주한 외교 사절들도 이날 오전부터 빈소를 찾았다. 현재 빈소에는 박 시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주 역할을 하면서 유족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마련한 시민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애도하며 조문하고 있다. <김유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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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박주신씨 11일 오후 인천공항 통해 입국
박 시장 아들인 박주신 씨는 11일 오후 아버지 빈소를 지키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11일 "영국에서 아드님이 오늘 입국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며 "진단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바로 빈소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현재 해외에서 입국할 경우 의무적으로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현지 공관에서 기타 공익·인도적 목적으로 격리 면제서를 사전에 발급받은 경우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기타 공익·인도적 목적에는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존비속 그리고 형제자매 장례식에 참석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다만 인천공항 진단검사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 자가격리가 면제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3시간가량 걸릴 것으로 안다"며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검사결과가 음성이 나오면 빈소로 바로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의 입관식은 오는 12일 오후 12시 30분 진행된다. 당초 11일 오후 입관식이 있을 예정이었으나 아들인 박주신 씨의 귀국 일정에 맞춰 하루 연기했다. 13일 오전 8시에 발인한 뒤 8시 30분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진행하고 시청 주변을 돌며 노제를 지낼 예정이다. 이후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마치고 경남 창녕 선영으로 향한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고(故) 박원순 시장을 추모할 수 있는 분향소를 토요일인 11일 오전 11시부터 월요일인 13일까지 서울광장에 설치·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조문을 마친 시민들이 오열하고 있다. <김유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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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분향소 13일까지 운영…온라인 분향소도 '북적'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도 시민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는 일반 시민들도 조문이 가능한 분향소가 마련돼 11일 오전 11시부터 조문이 시작됐다. 분향소 뒤편에는 '냇가의 돌들은 서로 거리를 두었음에도 이어져 징검다리가 된다'는 문구가 시청 건물 앞에 나붙었다.
정식 조문은 11시부터 시작됐지만 1시간 전인 10시께부터 조문객이 모여 분향소 앞은 긴 줄을 이뤘다. 오전 9시께 시청 앞을 찾은 한 시민은 기자에게 5만원짜리 지폐가 가득 든 봉투를 건네며 "조의금으로 꼭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봉투에는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돌아가신 분의 평화로운 영혼을 위해 가족에게 남겨진 채무를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였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 조문객은 박 시장의 영정사진 앞에서 엎드린 채 흐느끼며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이날 가장 먼저 조문을 한 한국마트협회 소속 박은호 씨(55)는 "너무나 깨끗한 분이 이렇게 어이없게 돌아가셔서 황망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성추행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노회찬, 박원순씨 같은 분들은 자신의 도덕성에 대해 너무나 엄격하게 생각해 이런 일이 발생하면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조문객인 직장인 윤 모씨(39)는 "참 선하고 좋은 시장이셨는데 갑작스럽게 떠난 것 같다"며 "박 시장이 3선 시장을 하며 가장 기억나는 정책은 따릉이"라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 곳곳에서는 몇몇 이들이 박 시장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며 소란을 빚기도 했다. '박근혜 탄핵은 무효'라는 펫말을 든 한 여성이 분향소 앞에서 조문객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조문객들은 "보기 싫으면 안 오면 되지 않느냐", "박 시장의 잘잘못을 떠나 장례식장에서 이러는건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가 홈페이지에 전날 개설한 '온라인 분향소'(http://www.seoul.go.kr/seoul/pakCont/main.do)에는 11일까지 14만여 명이 '클릭'으로 애도를 표현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고(故) 박원순 시장을 추모할 수 있는 분향소를 토요일인 11일 오전 11시부터 월요일인 13일까지 서울광장에 설치·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시민들이 일정 거리를 두고 줄을 서 조문을 기다리고 있다. <김유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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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장(葬)반대" 목소리도 거세
한편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 형식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1일 오후 41만명을 넘어섰다. 이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만에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겼기 때문에 청와대는 해당 청원이 마감되는 다음달 9일부터 한 달 내에 공식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원순 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41만명을 넘어섰고 댓글도 계속 달리고 있다. 청원인은 "박원순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며 "성추행 의혹을 받는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는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썼다.
일부 시민단체도 서울특별시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입장문을 내고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과거 고인의 발언을 인용하며 성추행 의혹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서울시의 5일간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과 시민분향소 설치를 반대한다"며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한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신찬옥 기자 / 문광민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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