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시장의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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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사회 각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하는 물결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 형식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1일 오전 36만명을 넘어섰다. 이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만에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긴 바 있다. 청와대는 해당 청원이 마감되는 다음달 9일부터 한 달 내에 공식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원순 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36만명을 넘어섰고 댓글도 계속 달리고 있다. 청원인은 "박원순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며 "성추행 의혹을 받는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는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썼다.
앞서 서울시는 이날 서울 북악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진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특별시장이란 서울시가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례를 말한다.
일부 시민단체도 서울특별시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입장문을 내고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과거 고인의 발언을 인용하며 성추행 의혹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서울시의 5일간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과 시민분향소 설치를 반대한다"며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한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세상이 고인의 죽음을 위로하고 그의 치적만을 얘기하는 동안 피해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거친 폭력을 홀로 감내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이에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인의 사망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일고 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11일 정의당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나오는 데 대해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고 비판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박 시장 조문은 자유"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지난 10일 박 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직 서울시청 직원에 대한 연대를 표하고 2차 가해를 우려하며 조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당 심상정 대표는 빈소 조문 후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은 피해자"라고 언급했고, 장혜영 의원도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서울특별시장(葬) 결정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전 의원은 "시비를 따질 때가 있고, 측은지심으로 슬퍼할 때가 있는 법"이라며 "뭐 그리 급한가"라고 페이스북에서 지적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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