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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망 전날 ‘성추행 피소’ 보고받아… 공관 나선 뒤 지인들과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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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사망]박원순 극단선택 직전 행적

경찰 통보안해… 조사일정 안 잡아

朴, 저녁 구청장 모임 예정대로 참석… 다음날 와룡공원 택시 타고 이동

경찰, 통화기록-문자 확인 시도… 아이폰 해제 쉽지않아 시간 걸릴듯

동아일보

CCTV에 찍힌 택시운전사와 朴 전 시장 9일 오전 10시 48분경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한 편의점 앞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택시운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전 시장은 이 택시를 4분 동안 타고 와룡공원 인근에서 내렸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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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공개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64)의 다섯 문장짜리 유서에는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드러나 있지 않다. 박 전 시장은 본인 특유의 필체를 살려 붓펜으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심경에 대해서만 간략히 적었다. 박 전 시장이 서울시 직원의 성추행 고소 직후 비극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성추문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뚜렷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 건 보고받은 듯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전 시장은 8일 보좌진에게서 서울시 직원 A 씨로부터 성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을 보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전현직 구청장과의 친목 성격의 저녁 자리에는 정상적으로 참석했다.
A 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과 서울시에 고소 관련 사항을 통보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친 뒤 서울시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방안만 우선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 측에 고소된 사실을 통보하지도 않았고 조사 일정 등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서 박 전 시장의 애플 아이폰 휴대전화를 발견해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어 해제 작업에만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장애물이 적지 않다.

경찰은 일단 박 전 시장이 9일 오후 3시 49분 서울 성북구 핀란드대사관저 부근에서 휴대전화 신호가 끊기기 전까지 딸을 포함해 여러 지인과 통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인물들을 조사할 계획이다.

○ 택시 운전사 “더운데 산 왜 가느냐” 물어

경찰은 사건 당일 박 전 시장이 보였던 행적도 추적하고 있다. 우선 박 전 시장은 9일 오전 10시 44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섰다. 박 전 시장이 공관에서 나올 당시 집 안에는 딸이 머물고 있었다.

공관 주변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박 전 시장은 재동초등학교를 지나 북촌로 큰길에서 다급하게 택시를 잡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 전 시장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선 뒤 운전사가 잠시 내려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박 전 시장은 길가에서 여러 차례 손짓을 하며 다른 택시를 잡으려 했다. 당시 박 전 시장은 청색 모자를 눌러쓰고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검은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박 전 시장은 운전사가 2분 뒤 편의점에서 돌아오자 택시를 타고 와룡공원 쪽으로 향했다. 택시 운전사는 뒷좌석에 탄 박 전 시장을 알아보지 못하고 “날이 더운데 산(와룡공원)은 왜 가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전 시장의 딸은 공관 서재에 남겨진 박 전 시장의 유서를 뒤늦게 발견하고 오후 5시 17분경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약 7시간 뒤인 10일 0시 1분경 박 전 시장은 산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상황, 유족 및 관계자 진술, 유서 내용 등을 종합하면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박 전 시장의 시신은 부검하지 않고 유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김태성·김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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