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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다시 나타난 공포의 7번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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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일 LG전에서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는 알테어. / 최문영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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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LG를 상대한 NC의 타순은 이채로웠다. 타점 3위(50개), 홈런 5위(14개)의 애런 알테어가 7번, 타율 0.353의 강진성이 8번에 배치됐다. 그야말로 공포의 하위 타선이었다.

이동욱 감독이 알테어를 7번으로 다시 내린 것은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보였다. 시즌 초반 상위 타순에 주로 배치됐다가 부진을 면치 못했던 알테어는 5월말부터 7·8번 타자로 주로 나서면서 성적이 쭉쭉 올라갔다. 6월엔 거의 7~8번을 오가면서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다 지난달 말부터 다시 4~5번을 주로 쳤다.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7번이 몸에 맞는 듯 알테어는 10일 LG전에서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을 올렸다. 단숨에 타점 2위(52개), 홈런 2위(15개)로 올라섰다.

이쯤 해서 올 시즌 알테어의 타순별 성적을 살펴보자.

2번 26타수 6안타, 타율 0.231, 2홈런 4타점, OPS 0.759
3번 1타수 0안타, 타율 0.000, 0홈런 0타점, OPS 0.000
4번 35타수 9안타, 타율 0.257, 1홈런 5타점, OPS 0.676
5번 24타수 5안타, 타율 0.208, 1홈런 4타점, OPS 0.686
6번 7타수 2안타, 타율 0.286, 1홈런 2타점, OPS 1.302
7번 47타수 18안타, 타율 0.383, 6홈런 20타점, OPS 1.272
8번 55타수 20안타, 타율 0.364, 4홈런 17타점, OPS 1.154

기록을 봐도 알테어는 7~8번을 칠 때 가장 성적이 좋다. 상황별로 보면 경기 초반보다는 후반부에 강하다. 6~9회에 홈런 11개를 몰아쳤다. 득점권 타율은 0.322. 주자 1·3루 상황에서 타율 0.875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였다.

자존심이 강한 보통의 외국인 타자라면 이렇게 주로 하위 타순에 배치할 경우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알테어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7개의 홈런을 때려낸 선수다. 하지만 초반 성적이 나오지 않자 알테어는 자존심 따위를 세우지 않고 이호준 타격 코치에게 먼저 다가가 타격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양다리에 배트를 끼고 상체를 돌리는 기본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8번 타순에 배치됐을 때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타순 변화가 나에겐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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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어는 다리가 정말 길다. / 최문영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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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보기에도 다리가 유난히 긴 알테어는 홈런뿐만 아니라 긴 다리로 성큼성큼 뛰어가 베이스도 곧잘 훔친다. 현재 11개로 서건창(13개), 심우준(12개)에 이어 도루 3위. 실패도 두 번밖에 하지 않아 성공률(84.6%)도 높다. 부상 위험이 많은 도루를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도 알테어가 가진 열정의 크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30-30’ 클럽 도전도 가능하다. 외국인 타자 중엔 1999년 제이 데이비스(30홈런 35도루)와 2015년 에릭 테임스(47홈런 40도루) 두 명이 이 기록을 달성했다. 알테어의 NC 선배인 테임스는 KBO리그 유일의 ‘40-40 클럽’ 가입자다.

NC는 10일 LG를 맞아 3번 타자 나성범이 4안타 1타점, 4번 타자 양의지가 2안타 2타점, 5번 타자 박석민이 1안타 2타점으로 클린업 트리오의 역할을 다했다. 여기에 알테어가 7번 타자로 확실히 뒤를 받쳤다. 공포의 타선을 자랑하는 공룡 군단에서 알테어가 뒤로 가면 상대 투수들은 더욱 겁이 난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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