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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박원순 추모와 피해자 보호, 양립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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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김민하(기자)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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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오늘 <고공비행> 주제는?

◆ 김민하> “애도와 2차 가해”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이후 장례형태부터 조문 여부, 2차 가해에 이르기까지 여러 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 정관용> 서울시 5일장을 치르는 게 논란이죠?

◆ 김민하>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우려를 밝히면서 서울특별시장으로 장례를 치러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공무수행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고 더 이상 극단적 선택이 면죄부처럼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성추행으로 고통 받은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같은 내용 청원 올라와 13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고 있습니다.

◇ 정관용> 일부 시민단체도 반대 입장을 밝혔죠?

◆ 김민하>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입장을 내고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 모집, 업적을 기리는 형태의 장, 시민조문서 설치 등을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입장에 동조하는 일부 시민들이 SNS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장례 형태는 어떻게 결정된 건가요?

◆ 김민하> 서울시가 정부 의전편람의 장례절차를 참고해 유족들과 협의한 결과라는 점만 공개가 돼 있습니다. 서울시장이 재직 중 사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 전례도 없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인데요.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고 해도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놓고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서울시가 정부 의전편람을 참고했다는 점에서 근거가 없는 절차는 아닐 거구요. 다만 유족들이 앞서의 사정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관건이었던 건데 특별히 판단을 안 한 듯합니다.

◇ 정관용> 피해자와 연대하자는 움직임도 있죠?

◆ 김민하> SNS상에서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내용의 해시태그를 붙여 글을 쓰는 등 활동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연대의 메시지 쓰기 운동을 진행하자면서 피해자의 신변을 궁금해 하고 의심하는 사람들과 진상규명이 가로막히는 것에 분노한다며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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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반대로 지금 언급된 것처럼 2차가해에 해당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죠?

◆ 김민하> 일부 인터넷 공간 등에서 피해자를 비난하면서 이른바 신상털기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피해자의 고소장 제출이 특정 세력과 결탁한 결과라는 식의 음모론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예 미투 운동 전반에 대한 폄하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도 있는데요. 이러다보니 경찰은 피해자가 요청하면 최선을 다해 신변 보호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정관용>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 김민하> 박원순 시장이 사망한 사실을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심리적 상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지자와 서울시민 입장에서 전후사정이 어떻든 유력 정치인으로서 재직 중에 사망한 시장에 대해 애도할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반드시 2차가해로 이어져야만 애도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성폭력과 관계된 가해와 관계된 거라면 지금 상황을 부정만 할 게 아니라 이런 일을 어떻게 하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애도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정관용> 일단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분 되는 거죠?

◆ 김민하> 검찰사건사무규칙 69조를 보면 수사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처분 하게 돼 있습니다. 이 조항의 근거는 죄의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에 수사의 실익이 없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죄를 묻는 게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수사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진상규명의 조치는 필요합니다.

◇ 정관용> 당장 지자체장이 이런 논란에 휘말린 게 처음이 아니죠

◆ 김민하> 광역지자체장이 자기 부하직원을 상대로 한 성폭력 문제에 연루된 게 이번 정권 들어서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이 정도 되면 원인을 찾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보는데요. 사실 원인은 이미 다들 알고 있습니다. 시장이나 도지사여서도 아니고 여당 출신이어서도 아닙니다. 자기 조직 내에서 제왕적 권력을 가졌던 사람들이어서고 사회적으로도 강자의 입장에 설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행위가 가능했던 거죠. 해결책을 찾는 것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정관용>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될까요?

◆ 김민하> 선출직 공직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문화를 바꿔야 하고 이런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태도를 바꿔야 하고 여러 과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실태파악을 먼저 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하구요. 남성 지자체장이 업무상 가까이 두고 있는 여성 하급 직원을 상대로 일어났다는 게 사건의 공통점이니까 여기에 해당하는 다른 경우들은 현재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볼 수 있으면 좋을 겁니다. 또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권력이 무서워 가해행위를 중단하도록 하지 못했다거나 주변에 말하지 못해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건데요. 피해 발생 초기에 비밀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공직사회 내에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정관용> 조직 내의 브레이크가 있어야 한다는 거군요.

◆ 김민하> 네, 이 방법을 잘 찾는 것 역시 애도의 한 방식일 수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애도를 표현하면 피해자의 어려움과 가해 사실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사람이 되고 피해자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히면 예의가 없는 소시오패스란 소리를 듣는 지금 상황은 성숙하지 못한 모습 아닌가 싶습니다. 떠난 사람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고 이에 걸맞는 책임을 서로 감당하는 모습을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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