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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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에 대해 장혜영 정의당은 10일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며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장 의원은 박 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 장(葬)’으로 치러지는 데 대한 불편함도 드러냈다. 장 의원은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를 받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특별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 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례 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고위 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 방지 대책”이라고 부연했다.
장 의원은 4·15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장 의원과 함께 ‘청년 비례대표’였던 류호정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저는 ‘당신’(성폭력 사건 피해자)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박 시장 빈소에)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류 의원 역시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재발 방지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명의 정의당 의원과 달리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와 강은미·이은주 의원은 이날 오후 2시쯤 박 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과거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활동을 통해 박 시장과 인연을 맺었던 배 원내대표는 조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통하다”고 밝혔다. 함께 빈소를 찾은 이 의원은 서울교통공사 노조 활동가 출신으로 역시 박 시장과 인연이 깊다.
10일 오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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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세 의원과 달리 이날 오후 4시쯤 빈소를 찾았다. 심 대표는 조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고인의 영면을 기원한다”면서도 “이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이 고소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상황이 본인의 책임 때문이 아니라는 걸 꼭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2차 가해 신상 털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의당의 상이한 기류는 당내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진보적 행정가로서 박 시장에 대한 애도는 표해야겠지만, 또 한편으로 정의당이 성폭력 피해자인 고소인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정의당 공개 게시판에는 “류호정 의원은 인간의 도리를 가지라”, “(정의당) 정말 실망입니다” 등 항의 글이 30건 넘게 올라왔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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