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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7억빚 박원순, 18년전 유언장엔 "가족에 남길 재산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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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라는 소유욕을 버리자 그때부터 세상이 오히려 더 풍요로워졌다.”

박원순 시장은 2002년 내놓은 에세이집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에서 소유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그는 책에서 "남편인 내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분명 생각도 못 했을 일에 이름을 걸고 열심히 사는 아내와 물려줄 것 하나 없으니 알아서 잘 커야 한다고 반협박하는 부모 덕에 어린 시절부터 자립심 하나는 다른 집 아이 부러울 것 없이 잘 자라 준 아이들을 보는 일도 즐겁다"고 했다.

미리 쓴 유언장에선 "유언장이라는 걸 받아들면서 아빠가 벌이는 또 하나의 느닷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제대로 남길 재산 하나 없이 무슨 유언인가 하고 나 자신이 자괴감을 가지고 있음을 고백한다"고 썼다. 박 시장은 당시 "유산은커녕 생전에도 너희의 양육과 교육에서 남들만큼 못한 점에 오히려 용서를 구한다"고 적기도 했다.

중앙일보

지난 9일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관을 나오기 전에 작성했다는 유언장이 공개 10일 공개 됐다. 사진은 박 시장이 자필로 작성한 뒤 공관 내 서재 책상에 올려 둔 것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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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의 삶' 박원순



인권 변호사, 시민운동가에 이어 행정가의 길을 걸어온 박 시장의 가계소득은 '마이너스'의 삶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처음 당선된 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산신고에서 빚 3억원을 올렸다. 9년 뒤인 올해 마이너스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박 시장은 올해 -6억9091만원을 신고했다. 본인 이름으로 된 재산은 고향 창녕의 토지(7500만원)와 3700만원의 예금이 전부였다. 반대로 채무는 8억4000만원에 달했다. 박 시장의 이름으로 된 빚은 4억5000만원으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대부분이었다. 지식재산권으로 '저작권'을 신고했지만, 금액을 따로 올리진 않았다. 차는 아내 강난희씨 이름으로 된 2014년식 제네시스(배기량 2800cc)가 전부였고, 2005년식 체어맨(배기량 2799cc)은 폐차 처리됐다.

박 시장은 앞서 쓴 유언장에서 공교롭게도 "내가 당신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난다면 몇 가지 처리해줘야 할 일이 있다"며 모아온 책을 언급했다. 그는 유명한 장서가(藏書家)다. 그는 "자녀가 원치 않는 경우엔 대학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고, 화장해서시골 마을 부모님이 계신 산소 옆에 뿌려달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 마지막을 지키러 오는 사람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부음조차도 많은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10일 유족의 동의를 거쳐 공개된 그의 유언장은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박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 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는 글을 남겼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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