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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팀 닥터, 5년 전부터 선수들 성추행·폭행 '마수'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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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선수들 "팀닥터 처음엔 친절, 지금 모습 상상 못 해"
한국일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규봉 감독과 팀닥터 등을 고소한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 2명이 9일 고소인 겸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다. 두 선수의 대리인 박지훈 변호사가 이날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고발인 조사 시작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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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 혐의자들이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아직 일명 '팀 닥터'라고 불린 운동처방사 안 모씨의 행적이 묘연하다. 안씨는 계약절차를 정식으로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나 스포츠공정위 등 조사에 한 차례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며 의혹만 키워가고 있다.

안씨는 지역 개인병원에서 보조로 운동처방을 하던 사람이다. 10년 전 경북체육회 트라이애슬론팀(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선수 생활을 한 A씨는 안씨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김규봉 감독의 횡포에 운동을 그만둔 A씨는 "경북 경산시 백천동에 한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일하던 사람"이라며 "마사지를 제법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경산 주변의 운동선수들이 몰려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팀 주장 장윤정의 제안으로 경주시청에 들어왔다. 장윤정 역시 그의 고객이었고, 그가 안씨의 영입을 추진했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장윤정이 먼저 안씨에게 치료를 받아 보니 괜찮다는 판단이 들어서 함께 전지훈련도 가게 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안씨가 팀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를 기억하는 B씨는 "2013년에 김 감독이 팀 닥터를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초기엔 선수들에게 친절했다고 한다. 감독의 폭언ㆍ폭행에 팀을 떠난 C씨는 안씨에 대해 “치료를 받을 때마다 잘해줬고, 실력도 좋아 충분히 신뢰할만한 인물이었다”고 기억했다. 그가 선수들을 폭행했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는 B씨는 "그 사람이 그럴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안씨가 선수들을 함부로 대하기 시작한 건 시간이 조금 지난 뒤부터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선수들로부터 성폭력ㆍ폭행에 대한 추가 진술을 들은 결과 안씨의 악행은 5년 정도 된 것 같다"고 했다. 선수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팀을 지배하는 위치에 섰다고 판단한 그는 선수들에게 추악한 성추행부터 저질렀다. 선수들의 방으로 찾아가 치근덕거리기도 했고, 마사지를 해준다며 은밀한 곳을 더듬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2019년엔 최 선수가 생전에 남긴 녹취록에서처럼 극악무도한 폭행까지 저질렀다.

안씨가 팀을 지배하던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윤정과 워낙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보니 선수들은 그에게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모두가 그를 의사로 잘못 알고 있어 쉽게 권위도 갖게 됐다. C씨는 "교수님이라고 생각해 그를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미국에 자격증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D씨는 "팀 닥터는 장윤정, 김 감독과 함께 친하게 지냈고 잘 뭉쳤다"며 "팀 내 서열도 그 둘과 비슷하다"고 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그를 2015년과 2019년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의무담당으로 데려갔다. 남들에게 자랑도 했다. 철인3종 관계자는 “경주시청 감독이 대회든, 전지훈련이든 항상 그와 같이 다니면서 우리 팀엔 팀 닥터도 있다고 자랑했다”고 말했다.

일부 선수들은 그가 감독의 뜻에 따라 움직였으며 폭행의 중심엔 안씨보단 김 감독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안씨가 주도적으로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지만, 안씨의 손을 빌려 체벌하려고 한 감독의 의지가 있었다는 것. 최근까지 이 팀에 몸을 담았던 E씨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에도 안씨가 ‘감독이 때리면 너희들을 죽일 것 같아 내가 대신 때린다’고 말하고 나서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경주시체육회는 지난 8일 안씨를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고발했다. 시체육회는 지난 5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선수들로부터 안씨가 성추행했다거나 폭행했다는 추가 진술을 확보했다. 이 단체는 이런 진술을 바탕으로 최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안씨에 대해 성추행과 다른 선수 폭행 등 혐의를 추가 수사해달라고 고발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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