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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교회들 '시진핑 찬양' 지시받아…코로나19 후 재개관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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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영도 아래 코로나19와 전쟁 승리 찬양 강요 받아

"성가 부르는 대신 국기게양·국가제창 요구…믿음에 배치"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중국 공산당이 국립 교회에 재개관을 위해서는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부른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을 찬양하라고 요구했다고 한 인권감시 매체가 폭로했다.

연합뉴스

정협 경제계 위원 연석회의서 발언하는 시진핑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제13기 제3차 회의 경제계 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ymarshal@yna.co.kr



8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는 이탈리아에 기반을 둔 중국 내 종교적 자유와 인권에 관한 잡지인 '비터 윈터'를 인용, 순허 후이족구 카이펑시의 리시팅 천주교회 소속 신부와 신도 20여명이 지난달 14일 성당을 다시 열면서 중국 정부 당국자들의 감독하에 이런 의식을 치렀다고 보도했다.

신부는 "우리는 전염병 이후 오늘 장엄하게 국기를 게양한다"면서 "시 주석의 영도 아래 모두 협력한 성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인근 강시교회 소속 신도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중국 지도자들을 칭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한 신도는 "5개월, 147일 만에 교회가 다시 문을 열었다"면서 "하느님을 찬양하기 위한 성가를 부르는 대신 정부는 우리에게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부르고 코로나19에 대응한 싸움에서 시 주석의 승리를 찬양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의 믿음에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허난성과 저장성의 기독교협의회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신도들에게 중국의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푸젠성 취안저우시에서 가장 큰 교회인 취안난교회의 목사는 정부 당국자들이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비판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회주의 시스템과 공산당에 대한 사랑을 고취하라고 요구받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 당국은 중국 교회에 국기 게양식을 개최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라고 요구해왔다.

한 당국자는 "지금부터 모든 교회는 그렇게 해야한다"면서 "안 그러면 교회가 폐쇄되고, 지도자는 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공산당 영도력' 강조하는 시진핑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산당을 뺀 민주당파, 중화전국공상연합회(공상련), 무당파 등의 인사를 만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참석한 당외 인사들에게 공산당의 지도를 따르며 참모이자 조력자가 돼 달라고 말했다. ymarshal@yna.co.kr



마르코 레스핀티 비터 윈터 편집국장은 폭스뉴스에 "이는 중국공산당의 중국화 시도의 또 다른 사례"라면서 "모든 것이 진짜 중국식이 돼야 한다는데 그 진정한 의미는 신성모독을 강요하는 꼴이 되더라도 모두가 중국 공산당 정권의 꼭두각시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교회에 기독교 상징물을 없애고 시 주석의 초상화로 대체하게 한 것을 중국화 시도의 또 다른 사례로 들었다.

레스핀티 국장은 "중국은 코로나19를 선전 등 여러 면으로 활용해왔다"면서 "우리는 중국 정권이 코로나19에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정보를 지연시켜서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은 데에 책임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코로나19 대응에 유능했다는 거짓말을 전 세계에 알렸고, 중국식 모델을 팔려고 노력했다"면서 "그 와중에 종교와 소수민족 집단은 억압했다"고 덧붙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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