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N리뷰] 그 여자 한마디에 아수라장…빌런들의 잔인한 하룻밤 '팡파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스1

영화 팡파레 포스터 ©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핼러윈 파티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밤, 미스터리한 여성 제이(임화영 분)는 홀로 이태원의 한 바를 찾는다. 제이가 무심하게 한잔하던 중 바에 2인조 강도가 들이닥치고, 제이는 순식간에 인질이 된다.

소심한 빌런 희태(박종환 분)는 그의 친형 강태(남연우 분)와 바를 털러 왔다가 실수로 바텐더를 살해하게 된다. 훔친 돈을 뒤로 하고 당장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지만 강태는 "너랑 나랑 주인공"이라며 이 상황을 즐긴다.

강태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해결사 쎈(이승원 분)을 불러 시체 처리를 부탁하고, 쎈은 시체 토막내기 전문가 백구(박세준 분)를 부른다. 사건에 개입되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제이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대체 제이는 누구일까.

'팡파레'는 지난해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로,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에 휘말린 다섯 빌런이 오직 살기 위해 벌이는 악몽보다도 더 끔찍하고 잔인한 하룻밤을 그린 본격 생지옥 스릴러다. 데뷔작 '가시꽃'(2013)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은 이돈구 감독의 세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초반 제이의 정체를 모호하게 감춘 채 시작되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살인사건, 그리고 개입되는 인물들의 연쇄작용을 그려낸다. 이태원의 한 바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한 전개와 심리적 변화,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를 오가는 장르적 재미, 그리고 균열되고 역전되는 관계가 관전 포인트다.

특히 영화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어지는 사건들을 구현하는 다섯 배우들의 시너지가 돋보인다.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김과장' '시그널' '트랩' 등 드라마에서 연기력과 존재감을 보여줬던 임화영을 중심으로 박종환 남연우 박세준 이승원 모두 그 인물이 된 듯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이들 중 남연우와 이승원은 감독이기도 한 배우들로, 뛰어난 호연으로 이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더하는 활약을 톡톡히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단연 임화영의 활약이 돋보인다. 임화영이 연기한 제이 캐릭터에 대해 이돈규 감독은 "약자라 생각하는 존재가 여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성이 약자라 생각하는) 그런 생각이 전복될 때를 생각하며 연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임화영의 제이 캐릭터는 초반 심어줬던 인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뻗어가고, 이돈구 감독이 이야기했던 "어느 자리든 선입견을 갖고 갑과 을이 형성되는데 그런 것들이 전복되고 뒤집어졌을 때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는 의도를 정확히 드러낸다.

특히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나 '김과장'에서와는 전혀 다른 낯선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임화영의 연기 변신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추근댈 수 있는 쉬운 대상, 인질로 붙잡을 수 있는 약한 대상으로 본 그녀였지만, 꼬여가는 극적인 상황에서 네 남자들의 혼란을 불러오는 순간마다 점차 변화되는 제이의 모습은 영화의 긴장감을 더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한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하게 해준 작품으로, 영화의 제목도 제이와 임화영을 위한 제목일 것 같다는 여운을 남긴다. 9일 개봉.
aluemchang@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