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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이혁진 도주 직전… 文대통령 순방 행사장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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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통령과 같은날 베트남行… 동포 간담회장에 나타난 뒤 잠적

조선일보

이혁진(맨 오른쪽)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2018년 3월22일 저녁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동포 간담회 행사장에서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본지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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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옵티머스 펀드 사태'를 수사 중인 가운데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인 이혁진(53) 전 대표가 해외 도피 직전인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행사에 일부 참석하고 전체 일정에 동행했다는 정황이 8일 나왔다. 이 전 대표는 당시 70억원대 횡령과 조세 포탈, 상해, 성범죄 등 5개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 대상이었다.

◇수사 대상자가 베트남 교민행사 참석?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22일 출국해 베트남과 UAE를 순방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도 같은 날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22~24일 베트남을, 24~28일 UAE를 각각 방문하고 귀국했다.

본지는 이 전 대표가 22일 저녁 하노이 매리엇 호텔에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입수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하노이 매리엇 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졌고 박 감독은 문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두 사진에서 박 감독의 옷차림은 동일했다. 당시 행사는 정부가 선정한 현지 교민 및 청와대·정부 관계자들 이외엔 참석 대상이 아니었다. 대한상의가 발표했던 경제사절단 명단에도 이 전 대표의 이름은 없었다. 현지 교민도 사전에 신원조회를 거쳤다고 한다. 조해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당시 이 전 대표가 모 장관 등 유력 인사와 찍은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내 자랑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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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3월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에미리트 팰리스 전경 사진. 이로부터 이틀 전인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uae 각료들을 접견하고 동포 간담회를 개최했다. /본지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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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또 문 대통령이 UAE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 2018년 3월 28일 아부다비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의 전경을 찍어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에 올렸다. 이 호텔은 문 대통령이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 등 UAE 주요 각료들을 접견하고 동포간담회를 가진 곳이다. 당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UAE 일정부터 참여했다. 임 전 실장과 이 전 대표는 한양대 동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2018년 3월 이후 국내에 있었던 흔적이 없다"며 "여러 건의 혐의로 고발된 이 전 대표가 유유히 출국해 대통령 순방 행사까지 참석한 배경으로 여권 핵심 인사가 거론돼 왔다"고 했다. 금감원은 2018년 8월에서야 이 전 대표의 70억원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이 전 대표를 불러 조사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검찰은 2019년 1월 검사 결과를 금감원으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이미 해외 도피한 이 전 대표를 기소중지한 상태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실제로 청와대 주관 행사에 참석했는지, 참석했다면 어떤 경위로 참석하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문 대통령 순방 두 달 뒤인 2018년 5월 트위터 계정을 열어 자신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다고 밝혔다. 조해진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부촌인 새러토가에 거주하면서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전처 폭행 1심 유죄였는데 전략공천

민주통합당(현재 더불어민주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이 전 대표를 서울 서초갑에 전략공천했다. 이 전 대표는 전처의 목을 조르고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상태였었다. 그럼에도 전략공천을 받은 데 대해 당내에서도 뒷말이 무성했었다. 여권 관계자는 "일부에선 '이 전 대표가 임 전 실장의 측근'이라는 말도 나돌았다"고 했다.

당시 총선 공천을 총괄했던 민주당 사무총장은 임 전 실장이었고,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당 전략홍보본부장으로 공천 과정에 관여했다. 이들은 모두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임 전 실장은 이사장, 우 의원은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전 대표는 CJ자산운용의 임원이었던 2006년 3월 정기총회에서 경문협 상임이사로 선출돼 석 달간 직함을 유지했다. 우 의원은 "2012년 당시 벤처 기업가인 이 전 대표가 스스로 '강남에서 해보겠다'면서 (당에) 왔다"며 "이 전 대표가 특정 계파와 친하다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선거운동 당시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해찬 민주당 대표,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12월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금융정책특보도 맡았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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