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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윤석열 총장의 ‘수사본부’ 건의, 떳떳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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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했으나, 추 장관은 곧바로 거부하고 9일 오전 10시까지 지시 이행 여부에 대한 답변을 다시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1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장관(왼쪽)과 지난 2월6일 대검 별관으로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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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언 유착’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엿새 동안의 장고 끝에 8일 오후 입장을 내놨지만 추 장관이 곧바로 거부 뜻을 밝혔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포함해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도록 하는 방안을 건의했는데, 추 장관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변경’으로 본 것이다. 윤 총장이 건의한 방안은 수사지휘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모양을 띠면서도 ‘기존 수사팀의 독립적 수사 보장’이라는 핵심을 피해 가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검찰청은 윤 총장의 건의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건의 내용은 장관 수사지휘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지시 내용도 상당 부분 받아들인 모양새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나왔던 ‘총장 수사지휘 배제’ 부분을 수용했다. 전국 검사장 간담회에서 ‘이는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부당하다’는 의견으로 중지가 모였지만 윤 총장은 결국 수사지휘를 하지 않고 결과만 보고받겠다고 했다. 애초 추 장관의 지시가 수사지휘권의 본질상 충분히 가능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한 추 장관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수사 단위를 제안한 점이다. 이는 추 장관이 이미 선택지가 아니라고 못박은 ‘특임검사’ 카드의 변형에 불과하다. 수사본부의 지휘권자를 총장이 지명한 것이어서, 총장이 임명하는 특임검사와 유사하다. 수사본부에 기존 수사팀을 포함시킨다고는 하지만, 지휘라인을 바꾸고 다른 검사들을 투입함으로써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존 수사팀이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했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조처는 수사에 차질만 초래할 뿐이다. 결국 이 사건 수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과 수사팀을 흔들려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 행보는 15년 만의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을 불러왔고 많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지금의 수사팀에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장관의 지시를 깨끗하게 받아들이고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바람직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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