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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성착취범 미국 인도 불허 후폭풍, 법원은 성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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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 회원들이 7일 서울 서초동 지방법원앞에서 ‘손정우 미국송환 불허 규탄연대’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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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모씨의 미국 인도를 불허한 재판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8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사법정의는 죽었다”며 사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산·인천·광주·수원 등에서도 집회와 1인 시위가 이어졌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특별자문관 서지현 검사는 법원의 결정문이 모두 틀렸다고 비판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검찰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아동 성착취 범죄자 중 한 명에 대한 한국 법원의 인도 거부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 분노가 들끓는 것은 법원의 불허 결정 이유가 합당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법원은 손씨가 국내에 있어야 추가 수사에 유리하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추가 수사는 요원하고, 손씨가 적극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밝혔으나 정당한 처벌에서 더 멀어졌다는 것이다. 2018년부터 국내 유료회원 수사를 벌여 지난해 10월 결과를 발표한 경찰은 국내 수사를 일단락했고, 추가 수사계획도 없다. 이번 결정으로 석방된 손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 확대에 얼마나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법원이 현재 수사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이상적인 목표만 내세운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손씨에게 남은 혐의는 범죄수익 은닉죄뿐이다. 손씨 석방 후 “아들에게 컴퓨터를 못하게 하겠다”고 말한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미국행을 막으려고 고발한 건이다. 그런데 이 또한 엄벌이 어려운 형국이다. 이 범죄의 법정 최고형이 징역 5년인데, 손씨가 무기징역이 최고형인 ‘몸통’ 범죄(아동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로 이미 1년6월형을 마친 터라 최고형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정당한 처벌로 간주한 것인지 재판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결정이 범죄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면죄부를 안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정당한 처벌이라는 미명하에 솜방망이 처벌을 용인한 것이다. 반인권적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부족한 인식만 드러낸 셈이다. 웰컴투비디오 이후 박사방, n번방 사건을 겪은 시민들의 분노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세심히 짚어보는 것이 사법부의 급선무다. 안 그러면 디지털성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힌 사법부의 의지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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