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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비건 방한 목적은 “한·미 공조”… ‘北과 대화의지는 불변’ 강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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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고위 당국자 잇단 면담 안팎 / “한반도 평화, 연내 진전 있길 기대 / 김정은, 카운터파트 임명하면 대화 / 北과 만남 요청 안해… 최, 매우 이상” / 北 최선희 제1부상 이례적 비판 / “남북협력 중요” 워킹그룹 비판 반박 / ‘한·미 방위비 협상’ 조속 타결 재확인 / 국정원서 박지원 원장 내정자 만난 듯

세계일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8일 고위 외교당국자들을 잇달아 만나 올해 내 한반도 평화에 진전을 이루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북한에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그는 국가정보원도 방문했는데,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를 만나 ‘대북통’ 새 외교안보라인의 구상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선희, 만나자 한 적 없는데 이상해”

지난해 12월 방한에서 “당신들은 나에게 연락할 방법을 알고 있다”며 북한에 손을 내민 지 약 7개월 만에 한국에 온 비건 부장관이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권한 있는’ 카운터파트를 임명하면 바로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북한에 공을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세영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릴레이 만남을 가진 비건 부장관은 이날 일관되게 대화에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조 차관과의 차관급 전략대화 뒤엔 “(한반도 평화와 관련) 올해에 진전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건 부장관은 이날 약식 기자회견에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돌연 비판했다. 최 부상이 지난 4일 담화에서 “미국과 마주 앉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을 거론하며 “우리가 북한과의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전후, 10월 스톡홀롬 실무협상 등에서 ‘권한 있는’ 북한 협상대표의 부재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은 “나는 최선희 제1부상이나 존 볼턴 대사(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는다”며 최 부상과 볼턴 전 보좌관을 묶어 비판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상징 같은 최 부상을 비건 부장관이 직접 비판하고, 하노이 협상을 결렬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볼턴 전 보좌관과 묶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비건 부장관은 실제 발언 시 맥락을 밝히지 않았지만, 주한 미국대사관이 배포한 그의 발언문에는 이 언급과 관련, “무엇이 가능한지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정적인 것과 불가능한 것에만 집중한다”, “낡은 사고 방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건설적인 대화를 가로막는 북한 강경파와 미 보수파 모두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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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연합뉴스


◆한·미 공조 방점… “남북협력 강력 지지”

비건 부장관은 북한에 이번 방한에서 만나지 않는다면서 “이번 방한은 우리의 가까운 친구와 동맹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 목적의 방점은 한·미 공조에 찍은 셈이다.

이번 방한에서 그와 외교당국자들은 북한 문제와 관련 워킹그룹보다는 대북 대화 재개 문제를 더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건 부장관은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국내 정치권에서 워킹그룹이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한 해명이자 반박으로 풀이된다.

비건 부장관은 조 차관과의 차관급 전략회의에서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조속 타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G7(주요 7개국) 확대 문제, 미·중, 한·일관계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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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오른쪽 두번째)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각계 외교·안보 인사들을 만나며 광폭행보 중인 비건 부장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번이 첫 해외 출장이다. 미 국무부 전체에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이스라엘 출장 이후 이번이 첫 해외 출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그만큼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시급하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대해 “같이 일하기에 훌륭했다”고 하는 등 가는 곳마다 한국의 방역체계를 높게 평가했다.

비건 부장관은 오후엔 내곡동 국가정보원에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취임 전이지만, 박 후보자와 만났을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북·미 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새로 짠 진용인 만큼 이들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은 방한의 주요 목적 중 하나라는 관측이다. 비건 부장관은 9일에는 청와대를 방문한 뒤 일본으로 떠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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