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줬다 뺏는 ‘뒤통수’…‘임대차 3법’에 임대업자 부글부글 [뉴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등록임대주택 제도 존폐 위기/ 文정부 초반 ‘감세 혜택’ 당근으로/ 다주택자 임대업 등록 적극 독려/ 다주택자 절세 수단 악용 부작용/ ‘임대차3법’ 통해 세제혜택 축소/ 등록업자들 “약속한 혜택 지켜야”/ 공익감사청구 등 단체 행동나서

세계일보

정부의 6·17대책 이후 불거진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풍선효과에 따른 경기 김포·파주 등지의 집값 급등부터, 대출규제의 소급 적용과 실수요자 피해 우려가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엔 등록임대주택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권이 전월세신고제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임대차 3법’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등록임대주택 제도의 존폐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되면서다. 임대사업자들은 정책 변화 조짐에 강하게 반발하며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임대차 3법으로 혜택 축소 불가피

8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등록임대주택 제도 운용 전반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등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의무기간(단기 4년, 장기 8년 이상) 이내에 세입자가 원하면 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임대료는 직전 계약에서 정한 금액의 5%를 넘을 수 없다. 대신 임대사업자에게는 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해왔다. 세입자가 비교적 오랜 기간 임대료 인상 걱정 없이 거주하도록 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여권의 임대차 3법 추진을 계기로 등록임대 제도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임대차 3법 발의를 마치고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로 속도전에 들어갔다. 이미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됐고, 관계 부처와도 협의를 끝낸 상태라 조만간 국회 문턱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세입자는 계약 갱신을 통해 최소 4년간 거주할 수 있고, 계약 갱신 때 임대료도 5% 이상 늘지 않게 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지자체에 등록한 뒤 임대를 하든, 미등록 임대를 하든 사실상 의무 면에서는 차이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당정은 등록임대사업자에게 보장된 종부세 합산 배제나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가 제도 운용 전반을 살펴보고 있는 와중에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최근 등록임대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등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등록임대주택의 종부세 합산 과세 면제 혜택을 없애고, 지방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도 삭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임대사업자가 이미 세제 혜택을 받은 것을 토해내지는 않지만, 법 통과 이전에 등록임대를 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내야 할 세금에 대해선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세계일보

◆“정책 독려해놓고 뒤통수”…임대사업자 반발

등록임대 제도는 박근혜정부가 2014년 2월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처음 도입했다. 문재인정부도 민간 임대주택 물량을 늘리기 위해 등록임대를 적극 활용했다. 2017년 발표된 8·2 대책으로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양도세 한시적 면제 등 각종 혜택을 대폭 확대해줬다. 대신 의무임대 기간과 임대료 인상률을 준수하도록 의무조항도 강화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등록임대주택 숫자도 꾸준히 늘었다. 2018년 6월 약 115만호, 이듬해 143만호였던 등록임대주택은 올해 1분기 기준 156만9000호까지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등록임대를 절세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갭투자가 늘고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는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여당의 등록임대 혜택 폐지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등록을 독려해서 따랐을 뿐인데, 이미 약속받은 세제 혜택을 거둬들이는 것은 소급입법이라는 주장이다. 등록임대사업자들은 국토부가 연초에 의무사항 이행 여부에 대한 전수점검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임대사업자들은 주택임대사업자협회(가칭) 창립을 추진하고 있다. 협회 창립에 찬성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회원 수만 3만7000여명에 이른다. 단체행동에 나선 임대사업자들은 10일 감사원에 국토부의 등록임대 관리 실태에 대한 공익 감사도 청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2~2016년 전국 지자체가 교부한 임대등록 안내문을 확인한 결과 임대료 증액 제한에 대한 내용이 모두 빠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불완전한 정보를 받고 임대등록을 하게 하고는 인제 와서 갑자기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