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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임대주택 혜택 3년만에 없앤다는 여권…"정부가 또 뒤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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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축소 3법' 발의

임대주택사업자에 제공하던 세제혜택 폐지

소급 적용 논란에 임대사업자들 집단 반발

오락가락 정부 정책에 시장 혼란만 가중돼

중앙일보

정부가 집값 폭등 논란을 잠재우고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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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2주택자 김 모(64)씨는 “정부가 국민 뒤통수를 자꾸 친다”며 분노했다. 정부의 말만 믿고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아파트 외에 노후 생활비 조달을 위해 경기도 평택에 보유하고 있던 4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임대사업자에게 세금 혜택 등을 내건 2017년 '8·2 대책'에 혹해 해당 주택을 8년 장기 임대 주택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시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않고 지역 경기가 그나마 괜찮았을 때 팔고 다른데 투자했다면 나았을 텐데 정부 말만 믿었다가 팔지도 못하고 세금 폭탄만 맞게 생겼다”며 “장관까지 나서서 등록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투기꾼으로 모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ㆍ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축소 3법’이 통과되면 김씨가 등록한 다가구주택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발의한 이 개정안에는 ▶다가구 임대주택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규정 조항 삭제 ▶주택 2채 이상 임대 및 장기일반임대주택 소득세 감면 폐지 ▶임대 목적 공동주택 건축 등에 대한 지방세 감면 폐지 등 기존 임대사업자에게 줬던 세제 혜택을 사실상 전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는 점은 소급적용이다. '9ㆍ13 대책'이나 '12ㆍ16 대책' 전에 등록한 임대주택에도 세제 혜택을 없애겠다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임대차 3법’이 추진되면서 등록임대에 부여됐던 공적 의무가 모든 임대인에게 부과될 판이다. 여당은 전·월세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임대료 증액 5%로 제한), 계약갱신청구권(최소 4년간 거주 기간 보장) 등 임대차 3법 도입을 7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하겠다는 목표다.



오락가락 임대정책 3년 만에 폐지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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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민간임대주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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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임대사업자의 목을 겨누는 칼은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서 부담을 강화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다. 이런 발언이 나온 밑바탕에는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가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에게 세제 및 금융 혜택을 제공하며 등록임대 활성화에 자리를 깔아준 것도 현 정부다. 2017년 12월 등록임대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ㆍ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 분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고 권장했다.

최대 8년간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이 공급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줘서 민간 임대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듬해인 2018년 정부 장려대로 등록임대주택 수는 대폭 늘었다. 다주택자가 새로 주택을 사면서 절세수단으로 이 제도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시장의 움직임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방향을 반대로 틀기 시작했다. 제도 활성화를 추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새로 등록하는 주택에 한해 혜택을 대폭 줄였고(9ㆍ13대책), 지난해 12ㆍ16 대책에는 관련 혜택을 더 축소했다. 다만 발표 전에 등록한 임대주택에 변경된 규정을 소급적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7년 98만 가구였던 등록임대주택은 올해 1분기까지 157만 가구로 늘어났다.



"장려해놓고 투기꾼 몰이, 뒤통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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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혜택 어떻게 달라졌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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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임대가 3년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정부말만 믿었던 임대사업자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오락가락 임대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국토부는 최근 등록임대 관련 제도 운용 전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출구전략을 놓고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국토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8년간의 임대의무 기간이 끝날 때까지만 혜택을 유지해 연착륙시키는 방법과 의원 입법대로 바로 혜택을 끝내버리는 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약 160만의 등록임대주택 중 120만 가구가 다세대ㆍ다가구로 취약계층의 주거복지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혜택을 없앴을 때 시장에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혜택만 받고 의무는 지키지 않는 임대업자를 발라내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달 중에 결론을 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국토부가 최근 등록임대사업자들을 상대로 임대료 증액 5% 제한 등 의무를 이행했는지 전수 점검에 착수하며 임대주택사업자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국토부가 그동안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관리ㆍ감독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언론에 보낸 e메일에서 감사 청구 계획을 알리며 “3000여명이 연명부에 서명한, 국토부 공익감사 청구서를 감사원에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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