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단독]“다 등 돌려 봐야해”…주장 선수, 고 최숙현에 동료 괴롭힘 지시 정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고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동료 선수들이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기들도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 주장 장모 선수가 고 최숙현 선수에게 동료를 괴롭히도록 지시한 정황이 녹취를 통해 확인됐다. 팀 감독 김모씨가 선수들을 폭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는 장 선수가 최 선수를 상대로 동료 ㄱ씨에 대한 교육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녹취록에서 장 선수는 최 선수에게 “잡을 때는 확실히 잡아라. 저거(ㄱ씨) 지금 불쌍하다고 놔두면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저러다 쟤 인생 끝나면 다 니 책임으로 돌아온다. 아나?”라고 말한다. 해당 녹취록은 최 선수가 지난 2019년 3월 장 선수와 대화하면서 녹음한 것이다.

당시 대화를 종합하면, 장 선수가 최 선수에게 ㄱ씨 대상의 교육을 지시한 이유는 감독 김씨의 지적 때문으로 보인다. 녹취록에서 장 선수는 “감독님이 ‘수영 영법을 니가 알아서 고쳐 와라. 고쳐 오면 내가 테스트를 할게’(라며) 쟤(ㄱ씨)한테 경고를 세 번 주셨단다”고 말한다. 이어 “(ㄱ씨가) 운동을 못해서 쫓겨난 게 아니라… 바로 숙소 와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하고 그 뒤로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면 감독님 입장에서는 괘씸하다. 그래서 감독님이 ‘(눈에) 띄지 말라’ 했고”라고 말했다.

이어 장 선수는 “내가 니한테 달래주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저렇게 했을 때는 모든 사람이 지금 (ㄱ씨에게) 등을 한번 다 돌려봐야 돼”라며 최 선수에게 ㄱ씨를 상대로 한 ‘교육’과 외면을 부추기기도 했다.

감독 김씨가 ㄱ씨를 폭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장 선수는 녹취에서 “(ㄱ씨에 대해) ‘이제는 책임 안 진다’ 그카잖아(그러잖아). 감독님이. ‘내가 욕을 다하고 내가 때리고 내가 관심해서 만들어줬는데 이제는 관심을 차라리 안 주고 나도 책임 안 지고 그냥 날리겠다’라는 거잖아 감독님이”라고 말한다.

녹취에선 장 선수가 최 선수에게 폭언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대화 중 최 선수가 “(ㄱ씨가) 안절부절 못 했다”고 하자, 장 선수는 “뒤질래? 아침에도 내려와서 나랑 밥만 잘만 먹고 잘만 웃고. 그래서 내가 ‘저러면 안 되는데. 저러면 안 되는데’ 그카고(그렇게 하고) 내가. 내 앞에서도 그런 행동 했는데 니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면서 애가 그랬다고?”라고 말한다.

최 선수의 동료들은 지난 6일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국회 소통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경주시청팀 감독과 고참 선수 등의 폭행에 대해 증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경주시청 선수 시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주장한 뒤 폭행의 핵심 인물로 감독 김씨와 장 선수를 지목했다.

김 감독과 장 선수 등은 경찰 조사 과정 등에서 최 선수 등 경주시청 소속 선수들을 폭행하지 않았다고 부인해 왔다.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긴급 현안 질의에 참석한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폭력 사용한 적 없습니다”라고 했다.

조문희·고희진 기자 moony@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