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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학도 학생도 패닉… 美 온라인 수강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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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 외국인 유학생 비율 15~20% / 코로나19 확산에 전 과목 온라인 수업 가능성 / 유학생 모두 떠나면 재정난 직면

세계일보

미국 학생들이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하버드대 교정을 걷고 있다. 이 학교는 가을학기의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올가을 학기에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는 외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비자 발급도 제한하기로 결정하자 미국 대학 당국과 유학생들이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유학생들이 미국을 떠나지 않고, 공부를 계속하려면 코로나19 감염을 무릅쓰고 대면 수업을 찾아 수강해야 한다. 또 현재 재학 중인 대학이 온라인 수업만 제공하면 서둘러 다른 대학으로 편입학해야 한다.

미국 대학 당국은 올가을 수업 계획을 세웠다가 정부 방침에 따라 서둘러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 미국 대학의 평균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15∼20%(월스트리트 저널)에 달해 이들이 모두 떠나면 미 대학이 재정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외국 유학생은 등록금 전액을 내거나 장학금을 받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미국 대학이 유학생을 붙잡아두려면 대면 수업 비중을 높여 이들이 수강 신청을 하고, 비자 박탈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입장이다.

문제는 현재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가을 학기에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한 대학도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으로 불가피하게 전 과목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 유학생은 모두 비자가 취소돼 미국을 떠나야 한다. 하버드대 등 미국의 주요 대학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번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올가을 전 과목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일부 대학은 서둘러 강의 계획을 바꿔 유학생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엘패소 텍사스대는 비자 규제가 발표된 직후 1400여명의 유학생을 위해 대면 수업, 온라인 수업 등을 혼합한 강의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교육 전문지 ‘고등교육 크로니클’에 따르면 올가을 학기에 온라인 수업만 제공하는 대학의 비율은 약 9%가량이다. 이 전문지는 미국의 1090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올가을 학기에 대면 수업을 계획하고 대학은 60%,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시한 대학은 24%, 온라인 수업만 계획 중인 대학은 9%로 나타났다. 이밖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대학의 비율은 5%,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대학은 2.2%였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하버드대는 올가을 학기에 전 과목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고, 신입생 전원을 포함해 문리대(FAS) 학부생 정원의 40%만 캠퍼스에 머물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린스턴대도 캠퍼스 상주 학생을 전체의 절반으로 제한하고, 올가을 학기에는 1학년과 3학년이, 내년 봄 학기에는 2학년과 4학년만 캠퍼스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예일대는 올 가을학기부터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되, 학생들에게 학교 복귀와 기숙사 입주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펜실베이니아대와 UCLA도 온·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할 계획이다. 브라운대는 2020∼2021학년도 학사 일정을 개편, 기존의 2학기를 가을, 봄, 여름의 3개 학기로 재구성하고, 온라인 교육도 병행하기로 했다. 브라운대는 3개 학기 중 2개 학기 동안 캠퍼스에 있도록 해 한꺼번에 캠퍼스에 있는 전체 학생 수를 줄이기로 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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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39개 공립·주립대를 대표하는 공공대학연합(APLU)의 버니 버롤라 부회장은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에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정말로 사기를 꺾는 일이고, 외국인 학생이라면 학기가 끝날 때까지 미국에 머물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 대학에서 대면 수업이 중단되자 본국으로 돌아간 유학생이 미국으로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미국은 현재 중국, 브라질, 유럽 국가 주민의 미국 입국을 막고 있다. 또 세계 주요국의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은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올가을 학기에 미국 대학에 입학하려는 유학 희망자가 비자를 받거나 이미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이 비자 연장을 하기가 쉽지 않다.

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2018∼2019학년에 미국 대학 이상의 교육 기관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은 5만 2250명이고, 이중 대학 재학생이 2만 5161명(48.2%), 대학원 재학생이 1만 5518명(29.7%), 비학위과정 3497명 (6.7%), OPT 프로그램 이수자는 8074명이다.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은 모두 109만 5299명이고, 이 중에서 중국 출신 유학생이 36만 9548명으로 가장 많으며 2위가 인도 출신으로 20만 2014명이고, 한국 출신 유학생이 3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학위 과정 이수자에게는 F-1, 직업 교육 이수자에게는 M-1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동시에 제공하는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은 1개의 수업이나 3학점 이상을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으나 F-1 영어 교습 프로그램과 M-1 직업 프로그램 등록 유학생은 온라인으로는 어떤 수업도 들을 수 없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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