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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떠난다는 트럼프, 붙어있겠다는 바이든…미, WHO 탈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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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끝내 세계보건기구(WHO)에 탈퇴를 통보했다. 지난 5월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WHO 탈퇴를 선언한 지 약 40일 만이다.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중국에 편향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에서인데, 그 후폭풍이 거세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즉각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가입하겠다고 공언했고, 정치권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미국인의 건강을 인질로 한 위험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미국이 실제 WHO에서 탈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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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 회의 도중 팔짱을 낀 채 얘기를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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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 총장에게 세 문장으로 구성된 WHO 탈퇴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WHO도 미국으로부터 탈퇴 서한을 받았고 앞으로 미국이 탈퇴 절차를 밟게 됐다고 밝혔다. 탈퇴 조건을 만족하면 미국은 1년 후인 2021년 7월 6일부터 WHO 회원국 지위를 잃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WHO의 코로나19 팬더믹 대응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WHO가 중국에 편향된 태도를 보이며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에는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30일 이내에 중국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WHO 지원을 중단하고, 회원국 탈퇴를 고려하겠다"고 압박했다. 이후 같은 달 29일에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완전히 장악한 WHO와의 관계를 종료한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필요한 개혁을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WHO와의 관계를 끊고, 자금을 전 세계 다른 긴급한 공중보건 수요를 맞추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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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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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선 승리하면 재가입할 것"…공화당 마저 반대



설마 했던 미국의 WHO 탈퇴가 현실화하자 미국 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선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맞불을 놨다. 바이든 후보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세계 보건 강화에 관여할 때 더 안전하다"며 "대선 승리 시 대통령으로서 WHO에 재가입하고,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주당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 대응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은 "미국이 WHO에서 탈퇴하면 미국은 고립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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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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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이 WHO에 있을 때 더 많은 변화를 이끌 수 있고,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WHO를 탈퇴하는 건 이르다는 판단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이미 여러 국제기구에서 탈퇴한 상황에서 WHO까지 탈퇴하면 동맹국과의 관계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WHO 탈퇴 가능할까?



실제 미국이 WHO에서 탈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WHO에 남은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이 WHO에 지불해야 할 회비와 기부금 등 약 2억 달러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퇴 조건을 충족하려면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 자금을 사용하기 위해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결국 의회 동의 없이 탈퇴 절차를 밟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민주당은 "의회 동의 없는 WHO 관련 자금 집행은 불법"이라고 공언하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별개로 미 행정부가 WHO 잔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보도도 나왔다. WP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WHO 탈퇴 절차가 이미 진행 중"이라면서도 "미국은 WHO를 포함해 다른 국제기구를 개혁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WHO 잔류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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