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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 처벌하기 곤란한 집값담합 행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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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비교적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 많아서 이웃 간에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거나 담소를 나누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가볍게 지나가는 대화의 소재 중 아파트 가격과 주택정책이 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진 아파트 ‘가치 찾기’를 위한 몇몇 주민의 집요하고 전략적인 행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자신들이 정한 하한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팔고자 하는 입주민과 공인중개업소를 괴롭히거나, 개입해 아예 계약을 파기하기도 하고 집주인의 요청으로 중개소가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등록하면 허위매물이라고 신고를 하기도 한다.

정부에서는 이 같은 가격담합 행위 등을 부동산거래 질서교란행위로 간주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전담조사 조직인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신설하고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해 왔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과 공인중개사법을 개정, 허위계약 신고와 시세에 영향을 주거나 특정 공인중개사의 중개의뢰를 제한·유도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처벌 수준을 강화했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 틀에서는 집값담합 등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데 근본적으로 제약이 있다. 부동산시장 불공정행위는 공인중개사법에 주로 규정돼 있으며 가격담합과 허위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개별 법령 입법 목적상 규율범위 한계로 특정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다. 불법이라 할지라도 행위 전반을 처벌하기 곤란한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민들이 중개사 업무를 방해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지만, 주민들끼리의 단순담합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담합이라 하기에 상당히 의심이 간다면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입증하면 되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더구나 주요 고객인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중개업무 방해를 고발할 간 큰 중개사가 몇 명이나 존재할까.

더 큰 문제는 적극적으로 입주민들이 담합해 반복적으로 호가를 올려 시세를 조작하는 행위는 처벌규정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악의적으로 공모해 주택매매 계약을 체결해 거래가액을 올리고 난 후 해당 계약을 해지해도 처벌이 어렵다. 현행 실거래법은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거짓으로 신고하는 행위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적 공백이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주택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자본시장 전반을 규율하는 금융시장의 법체계를 부동산시장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은 자본시장법을 통해 금융상품의 종류, 거래형태, 주체 등과 무관하게 불공정행위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기에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부동산시장은 아직 거래전반의 불공정행위나 일반적인 불법행위를 규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최근 주택시장이 날로 혼탁해지고 있다. 주택은 우리 모두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특정 분야의 제한 없이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를 규율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그래야 더 집값담합은 ‘가치 찾기’ 운동이 아니며 관련 시도는 불법행위임이 명백해져 이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합법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현 한양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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