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사설] 남북관계 ‘태풍의 눈’이 될 국군포로 배상판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원이 7일 국군포로 출신 한모(86) 씨와 노모(90) 씨가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각각 2100만원을 물어주라는 것이다. 우리 법원에서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돼 승소까지 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북한은 판결 자체를 인정할 리가 없고 원고의 항소 여부에 따라 상급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테지만 이번 판결만으로도 북한 정권의 인권 및 재산 범죄에 대해 김 위원장을 상대로 금전적 배상을 받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상징적 의미는 충분하다. 게다가 원고와 이번 소송을 도운 시민단체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배상 금액보다는 상징성에 더 의미를 둔다. 실제로 또 다른 국군 포로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추가 소송을 진행할 방침인 데다 이번 ‘승소’의 실제배상을 위해 국내 및 해외의 북한 자산까지 압류해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달에 제기된 납북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이 더 확대될 수도 있고 벌써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한 피해보상 소송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3만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이 소송을 낼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탓하거나 막을 도리가 없다. 애써 외면했지만 북한 인권 역시 한반도의 중요한 과제인 것도 사실이다. 남북관계에 엄청난 ‘태풍의 눈’이 새로 생긴 셈이다.

전쟁 희생자들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보상해 줄 길이 열린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향후 미칠 파급영향을 고려하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정부의 입장 정리가 쉽지 않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의 손해배상 판결’ 당시처럼 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며 발을 뺄 경우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온통 부정적인 측면 일색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각종 북한 관련 기금으로 배상을 하고 국내 법원이든 국제사법재판소 등에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구상권 행사에 나서는 건 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이 한일 경제전쟁으로까지 비화된 일본 전범 기업 손해배상 판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이 보수건 진보건 극단적 이념주의자들의 놀이터가 되는 건 막아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무책임한 선동적 발언을 자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중요한 건 피해자들에대한 포용과 설득이다. 그들이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해결은 요원하다. 강제 징용문제도 피해자들을 뒤로 한 채 정부 간 합의로만 밀어붙이다 일을 키우지 않았는가.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