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가톨릭계는 지구에서 핵무기를 없애는 일에 기여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돕기 위한 '핵없는세계기금'(核なき世界基金)(https://nuclear-free.net/)을 발족했다.
이 기금은 201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제 NGO(비정부기구)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등과 협력해 유엔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을 발효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피폭자들을 우선 후원할 예정이다.
핵무기의 개발·실험·생산·제조·비축·위협 등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막는 핵무기금지조약은 ICAN 등의 활동에 힘입어 2017년 7월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의 60%를 넘는 122개국이 찬성해 가결됐다.
그러나 지난 6일까지 비준국이 38개국에 그쳐 발효에 필요한 50개국을 넘지 못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원폭 피해국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1994년 이후 매년 유엔 총회에 '핵무기 철폐 결의안'을 제출하면서도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는 안보 정책을 유지하는 현실론을 이유로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핵없는세계기금 홈페이지. [캡처] |
핵없는세계기금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의 원폭 공격을 받았던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를 작년 11월 방문해 전 세계에 핵 폐기를 호소한 것을 계기로 가톨릭 히로시마 교구의 시라하마 미쓰루(白浜満) 주교가 제안해 창설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 일본 방문을 통해 전쟁을 위해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은 범죄라며 핵무기 폐기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유엔 핵무기금지조약의 비준을 각국에 요구했다.
이와 관련, 시라하마 주교는 7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본 방문이 일과성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핵무기금지조약이 조속히 발효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가톨릭교회에 사무국이 설치된 '핵없는세상기금 지원 모임'이 맡는다.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작년 11월 24일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長崎)에서 반핵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
기금운용 기간을 5년 정도로 예상하는 사무국 측은 일본 국내외에서 계좌 이체 등으로 500엔(약 5천원) 이상씩의 기부금을 받을 예정이다.
모은 기부금은 피폭자의 해외 증언 활동을 지원하는 등 핵 폐기 운동을 펼치는 국내외 개인과 단체를 후원하는 데 사용된다.
기금 운영위에 참가하는 시민단체 '피스 보트'의 가와사키 아키라(川崎哲) 공동대표는 "다양한 시민사회와 연대해 핵 폐기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가톨릭중앙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일본에는 전국 16개 교구에 전체 인구의 0.35% 수준인 37만7천974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다.
이 가운데 규슈(九州) 지방의 나가사키 교구가 거주인구(132만9천950명) 대비 가톨릭 신자 수(6만362명) 비율이 4.3%로 가장 높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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