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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사건의 재구성]ENM·딜라이브 송출 갈등 ‘발단’ 지목 당한 오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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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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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CJ ENM과 케이블TV 딜라이브가 최근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엉뚱하게도 홈쇼핑업계의 송출수수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논란의 발단으로 CJ ENM 오쇼핑부문(CJ오쇼핑)이 지목 당하면서다.

이번 논란은 CJ ENM이 지난달 딜라이브 측에 자사 13개 채널에 대해 오는 17일부터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CJ ENM이 딜라이브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20%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딜라이브가 수용하지 않아 양측이 협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CJ오쇼핑은 CJ ENM과 딜라이브가 진실공방을 벌이던 가운데 딜라이브로부터 이 사태의 발단으로 지목 당했다. 딜라이브가 지난 5월부터 CJ ENM에 내야 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적게 내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CJ오쇼핑이 송출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하해 내고 있는 것을 상계한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딜라이브의 주장은 이렇다. 딜라이브가 지난 1일 내놓은 입장문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지난해 7월 딜라이브 측에 송출수수료를 20% 인하해달라고 요청한 후 다음달인 8월부터 현재까지 송출수수료 20%를 딜라이브와 합의 없이 차감해 지급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란 TV홈쇼핑업체들이 IPTV, 위성, 케이블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즉 CJ오쇼핑이 딜라이브에 지불해야 하는 채널 사용료라고 볼 수 있다. CJ오쇼핑이 일방적으로 미지급한 송출수수료 액수가 27억원에 이른다는 게 딜라이브의 주장이다. 딜라이브는 지난해 10월 법원에 미지급 송출수수료를 지급해달라는 지급명령을 신청, 지급명령을 받았으나 CJ오쇼핑이 이에 불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출수수료 일부 미지급에 대한 CJ오쇼핑의 주장은 딜라이브와 엇갈린다.

CJ오쇼핑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지난해 딜라이브에 적정요율의 송출수수료 인하를 제안하며 협상을 계속적으로 시도했으나 딜라이브에서 반응이 없었고, 인하에 대한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는 2018년 합의한 기준대로 송출수수료를 냈고, 7월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송출수수료 협상 가이드라인에 따라 20% 인하한 금액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 이렇게 6개월은 전년과 같은 금액을 냈고 나머지 6개월은 20% 낮은 금액을 냈으므로 연간 기준으로 봤을 때 10% 낮은 금액을 냈다는 것이 CJ오쇼핑의 설명이다.

법원의 지급명령에 불복했다는 딜라이브의 주장 역시 CJ오쇼핑은 ‘표현이 잘못됐다’고 설명한다.

지급명령이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 대신 권리 구제를 위해 택할 수 있는 제도다. 서면으로 법원에 신청하면 되는데, 법원은 관할 위반, 신청 요건 미흡, 신청 취지상 ‘이유 없음’이 명백함 등의 사유가 아니라면 지급명령을 내린다.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대부분은 지급명령을 내린다는 의미다.

지급명령을 받은 상대방은 2주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소송으로 넘어가는데, CJ오쇼핑과 딜라이브가 바로 이런 경우다. CJ오쇼핑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한 것이 아니라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의 신청에 따라 CJ오쇼핑은 현재 딜라이브와 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다.

CJ오쇼핑은 CJ ENM과 합병 후 같은 법인이 되긴 했으나 다른 회사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딜라이브는 지난 3월 CJ ENM으로부터 프로그램 사용료를 20% 인상해달라고 요구를 받았는데,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5월부터 프로그램 사용료를 일부 삭감해 지불 중이다. CJ오쇼핑이 송출수수료를 지난해부터 일부 미지급하고 있는 것을 프로그램 사용료에 상계한 것이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콘텐츠를 공급한 대가로 유료방송사업자가 PP에 내는 돈으로, 딜라이브가 CJ ENM에 지불하는 콘텐츠 대가다. CJ오쇼핑이 딜라이브에 내야 하는 송출수수료와 반대인 셈이다.

이에 대해 딜라이브는 CJ ENM과 CJ오쇼핑이 같은 법인이므로 두 계약을 함께 상계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CJ ENM은 채널사업을 하는 E&M부문과 커머스사업을 하는 오쇼핑부문이 엄연히 ‘다른 회사’라는 입장으로 두 계약이 별도라는 입장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홈쇼핑업계는 케이블TV의 위상 하락과 거대 콘텐츠 기업 출범 등이 맞물려 시장 상황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케이블TV는 이전에는 점유율이 가장 높은 유료방송사업자였으나 2017년 IPTV에 가입자 수를 추월당한 수 지속적으로 가입자가 줄고 있다. 최근 유료방송시자은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각각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를 합병하면서 KT와 LG, SK 등 IPTV 3사의 1강 2중 체재로 재편된 상황이다. 케이블TV업체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고 있고 홈쇼핑이 지불하는 송출수수료 역시 수년째 감소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CJ오쇼핑이 지난해 CJ ENM과 합병하면서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영향력이 더 강해졌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CJ오쇼핑은 같은 법인 내 인기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다른 홈쇼핑보다는 우위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간의 지나친 송출수수료 인상 갈등이 현재 다른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다른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전체 가입자 수는 정체 수준인데 송출수수료는 매년 두 자릿수씩 인상이 되고 있다보니 홈쇼핑 입장에서는 시청자수는 똑같은데 채널 이용료만 오르는 격”이라며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손익만 놓고 걱정할 뿐 미디어와 홈쇼핑 시장 성장, 시청자에 대한 볼거리 제공 등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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