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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뉴스분석] 정의선·최태원 ‘10조원 악수’…K배터리 회동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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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현대차 E-GMP에 1차로 공급

배터리 물량 5년간 10조 국내 최대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도 논의

“정의선, SK측 PT 때 질문 쏟아내”

중앙일보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 배터리가 장착된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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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현대차그룹에 배터리를 공급할 공급선을 역순(逆順)으로 만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달 구광모 ㈜LG 대표에 이어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났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내년에 SK이노베이션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로 만들 차량에 배터리를 1차로 공급하고, 2차 물량을 LG화학이 따낸 것을 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SDI의 경우 당장 공급 계획은 없지만, 현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충전 시간이 짧고 형태를 바꾸기가 쉬운 전고체 배터리의 미래 가능성을 보기 위해 갔다는 것이다.

1·2차 물량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나누어 따내긴 했지만, 수주량과 금액을 보면 SK 쪽이 더 많다. 내년부터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할 물량은 5개 차종, 10조원 규모지만 LG화학 물량은 1~2개 차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은 현대·기아차가 기존 내연기관 모델을 손보는 정도가 아닌, 순수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는 원년이기도 해 의미가 더 크다.

정 수석부회장의 배터리 3사 총수 연쇄 회동은 이처럼 공급처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급을 가능하게 하고, 배터리 업체 간 경쟁을 유발해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향상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현대차는 오랫동안 LG화학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근래 들어 SK이노베이션에 기아차 배터리를 발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3·4차 물량을 삼성SDI가 못 따낼 이유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 일행은 이날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음극재인 흑연이나 실리콘을 리튬-메탈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다. 배터리 업계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살펴본 것이다.

지난달 LG화학 방문 때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기술을 논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SDI는 도요타와 함께 세계 수위권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최 회장과 전력 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서비스 플랫폼(BaaS: Battery as a Service) 등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배터리 자체뿐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 논의도 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SK주유소·충전소를 활용한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 확충도 논의했다. 반도체와 통신 등에 강점을 가진 SK그룹,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에 특장점이 있는 LG그룹 등 배터리 협력을 매개로 4대 그룹이 새로운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한 것이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질의응답 시간을 65분 정도로 계획했는데 정 수석부회장이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SK이노베이션 측에 질문을 쏟아내 75분 정도로 길어졌다”며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회의실 브리핑과 질의응답 이후 20분간 공장을 견학한 뒤 점심 장소로 이동했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의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사업장 방문에는 앨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동행했다. SK에서는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장동현 SK㈜ 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가 이들을 맞이했다.

박성우·강기헌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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