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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종교는 당을 따라야한다"는 중국, 교황청과 껄끄러웠던 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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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306] "교황청이 중국에 가톨릭 교회를 팔아넘기고 있다."

2018년 1월 말 홍콩 대주교 출신 조지프 쩐 추기경이 페이스북에서 자신이 속한 바티칸 교황청을 겨냥해 공개 비난을 쏟아냈다. 교황청이 중국과 관계 회복에 나선다는 소식이 잇따르자 내부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주교가 되려면 교황에게 복종을 맹세해야 한다. 이런 '상명하복' 체계를 정면으로 반발할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반대했던 이유는 뭘까. 2018년 9월 중국과 바티칸은 주교 임명 문제를 잠정적으로 타결지었다. 당시 양측이 서명한 예비 합의안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9월을 앞두고 껄끄러웠던 둘의 역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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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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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교 임명 둘러싼 70년의 반목

중국과 교황청 관계는 1949년 이후 70여 년간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갈등의 원인은 주교 임명 문제였다. 교황청은 주교 임명이 교황의 고유 권한이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중국은 자국 승인 없는 주교 임명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더해 바티칸이 1951년 대만 정부를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자 중국은 아예 단교를 선언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1957년 바티칸이 임명한 성직자를 거부하고 관영 '천주교애국회'를 설립했다. 정부가 천주교 성직자를 독자적으로 임명하고 이곳에 속한 성당과 성직자만 정식으로 인정했다. 그 외 가톨릭 신자는 탄압했다. '지하교회'로 불리는 이들은 중국 정부 단속에 걸리면 구금 등 박해를 받았다. 교황청이 비공식적으로 임명한 주교들이 이 지하교회를 이끌었다. 중국 내 애국회와 지하교회 신자는 각각 700만명, 10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과 바티칸이 충돌하는 일도 발생했다. 2012년 7월 중국 천주교 상하이교구의 마다친 보좌주교는 "더 이상 애국회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황청이 인정한 주교이면서 동시에 중국 천주교 전국 애국회 상임위원이었던 그가 중국 직책만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를 주교직에서 해임한 뒤 상하이 외곽 수도원에 4년 넘게 연금 조치했다. 이에 교황청은 같은 달 중국이 하얼빈 주교로 독자 지명한 웨푸성 신부를 파문해 맞불을 놓으면서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자 주교 임명권을 둘러싼 중국과 바티칸 간 '물밑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긴 협상 끝에 2018년 9월 22일 왕차오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앙투안 카밀레리 교황청 외교차관이 베이징에서 만나 중국 내 주교 임명 관련 예비 협의안에 서명했다.

이 협의문 내용은 비밀에 부쳤지만 '중국 정부가 임명한 중국 주교 7명을 바티칸이 정식으로 승인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명분을 가져가고 중국은 원하는 인물을 주교에 앉혀 실리를 챙기는 타협안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최종적 임명권은 나에게 있다"면서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교황청 안팎에선 "교황이 중국의 종교 박해를 묵인한 것" "바티칸을 따랐던 신자들을 저버렸다" 등의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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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9일 중국 산시성(山西省) 린펜시에 있는 황금등잔대 교회가 무너져내리고 있다. /사진=ChinaAid,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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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종교는 당을 따라야 한다"

교황청이 비판을 받은 건 중국이 종교를 국가 사무의 일환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2012년 중국은 '기독교의 중국화'란 개념을 거론하기 시작해, 2013년부터 허난성, 저장성 등지의 교회와 성당 십자가를 강제 철거했다. 중국 일부 지역의 지하교회를 폐쇄하기도 했다.

중국 헌법 36조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3, 4항에선 "국가는 정상적인 종교 활동을 보호한다" "종교단체와 종교사무는 외국세력의 지배를 받지 아니한다"같이 정부의 의지에 따라 간섭할 수 있는 단서를 달아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6년 4월 최고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전국종교공작회의에서 "모든 종교는 당의 영도를 따라야 한다"며 "정부는 국가·공공이익에 관련된 종교 문제를 법에 따라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종교의 중국화를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애국심에 관한 설교'를 미사 재개 조건으로 추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국의 움직임이 "공산당 통치의 위협 요소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하교도 신도가 급증하면서 정치세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렇다고 중국이 교황청에 완전히 등 돌리기도 어렵다. 대만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바티칸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교황청과의 친교를 빌미로 대만은 중남미와 태양평 도서국 가톨릭 국가 20여 국과 수교를 맺고 있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워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따돌리려는 중국이 이를 가만둘 리 만무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은 대만과 바티칸의 관계를 끊고 싶기 때문에 바티칸과 친교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중국과 바티칸 사이의 협정이 만료된다. 2년 전 협상에 참여했던 클라우디오 마리아 셀리 대주교는 지난달 초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이 협정을 1~2년 정도 연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도 이에 동의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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