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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체불임금 부담하겠다는 내용, 계약서 어디에도 없다" 반격 나선 제주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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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결정은 지시 아닌 조언이었을 뿐"

제주항공(089590)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폭로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와중에 제주항공이 "셧다운을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이 없으며 주식매매계약(SPA)상 그런 권한이 있지도 않다"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또 체불임금 등 미지급금에 대해서도 계약서상에 제주항공이 부담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6일) 오후 늦게 반박문을 낸 데 이어 이틀 연속 이스타항공 측과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7일 제주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셧다운은 어디까지나 이스타항공 측의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이스타항공 측에서 제주항공 의견에 구속될 이유도 없었다"고 밝혔다.

전날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간 녹취록을 공개하며 제주항공이 셧다운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3월 20일 자 녹취파일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SPA 체결 직후 이스타항공은 지상 조업사와 정유회사로부터 급유 및 조업 중단 통보를 받은 상황이어서 현실적으로 운항을 지속하기 어려웠다"며 "국제선은 이미 셧다운했고 국내선은 적자만 늘어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 대표는 셧다운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3월 24일부터 전 노선 셧다운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운항 중단 기간을 연장해왔다. 셧다운 장기화로 매출은 4개월째 제로(0)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비즈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이스타항공 여객기와 제주항공 여객기가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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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의 지분 반납만으로는 인수를 성사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 측에서는 지분 헌납으로 체불임금을 해결하면 딜을 클로징(완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본질과 전혀 다른 얘기"라며 "현재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은 1700억원이며, 그중 체불임금은 약 260억원에 불과해 현재 상황대로 딜을 클로징하면 모든 채무를 제주항공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타홀딩스 보유 지분에는 제주항공이 지불한 계약금과 대여금 225억원에 대한 근질권이 설정돼 이스타홀딩스가 제주항공과 상의 없이 지분 헌납을 발표할 권리도 없다"고 했다. 이어 "매도인 측은 지난 1일 제주항공에 지분 헌납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안했는데, 그 내용은 언론에 주장하는 것과 달리 이스타홀딩스가 원래 부담하는 채무를 면제해주는 대신 매매대금을 감액하자는 것이었고, 실제 지분 헌납에 따라 이스타항공에 추가로 귀속되는 금액은 80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미지급금 또한 제주항공이 책임져야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제주항공은 주장했다. 제주항공은 "SPA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부진은 그 자체만으로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서 제주항공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을 뿐이며,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피해를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한다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이어 "체불임금을 SPA상 제주항공이 부담한다는 내용 또한 어디에도 없다"며 "체불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경영자의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불법행위 사안으로 당연히 현재 이스타 경영진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할 사안"이라고 했다.

제주항공은 오는 15일까지 이스타항공이 선행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SPA를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그간 제주항공은 인수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자금난을 겪고 있던 이스타 항공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0억원을 저리(1.3%)로 대여했고, 계약 보증금 119억5000만원 중 100억원을 이스타항공 전환사채로 투입하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7일 베트남 기업결함심사도 완료돼 제주항공이 수행해야 할 선행조건은 모두 완료했으나 이스타항공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며 "현재까지 타이이스타젯 보증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증빙을 받지 못했고, 계약 체결 이후 미지급금도 해결되지 않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이스타 측이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종결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제주항공은 "선행조건 이행이 지체되는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시장의 어려움은 가중됐고, 양사 모두 재무적인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이번 인수에 대해서도 ‘동반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나, 정부 지원도 결국 국민의 세금인 만큼 견실하게 회사를 운영하여 갚을 수 있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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