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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혈장치료제 ‘골든타임’ 지나간다…애타는 완치자 혈액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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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완치자 혈액이 최적의 효과를 내는 ‘골든타임’이 끝나가고 있지만, 1만2천여명에 이르는 국내 완치자 중 헌혈 참가자는 100명을 조금 넘긴 데 그치고 있다. 좀더 원활한 혈액 수급을 위해 대한적십자사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격리해제)된 환자 중 혈액 제공에 동의한 사람은 6일 현재 30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헌혈에 참가해 혈장 공여까지 마친 완치자는 132명이다. 최근 신천지 대구교회 쪽이 ‘완치 신도 4천여명 혈장 공여’ 계획을 밝혔으나, 질병관리본부 쪽과 공식적인 협의를 아직 끝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혈장치료제는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데다 이르면 연내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선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 민간기업 지시(GC)녹십자가 혈장치료제를 공동개발 중이다.

하지만 정작 치료제 개발에 필수조건인 헌혈자 증가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개발 단계에만 150명 안팎의 혈액(회당 500㎖)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제품 단계에서 필요한 양은 더 많다. 무엇보다 완치자의 혈장이 항체로서 효과를 내는 ‘중화항체’가 3개월 안팎에서 급속히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터라, 최적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처럼 혈장 공여자가 적은 데는 공여 희망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도 크다. 현재 혈장치료제용 헌혈 장소는 수도권의 고려대 안산병원을 비롯해 대구의 계명대 동산병원, 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전국에서 4곳으로 제한돼 있다. 혈장 공여자는 교통비 수준의 사례비만 받고 1차 검사를 마친 다음, 일주일 뒤 다시 해당 병원을 찾아야 헌혈할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선 혈액 수급 역량을 갖춘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혈장채혈기를 구비한 헌혈버스를 동원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혈액관리본부 혈장채혈버스는 하루 30명 정도의 채혈을 처리할 수 있는데다 완치자와 비확진자가 한 장소에 섞이는 데 따른 정서적 거부감도 줄일 수 있어서다. 원래 혈장 채취는 의료기관만 할 수 있지만(의료법 33조), 정부가 지난 5월부터 혈액관리본부에도 예외 규정을 적용했다.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지난달 보건복지부 요청으로 이미 경북대병원에 혈장헌혈버스와 채혈 지원을 했다”며 “우리로선 완치자 정보가 없는 상태지만, 정부 요청이 있으면 더 적극적인 구실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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