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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좌파 폭도가 역사 말살”… 시위대 비난하며 분열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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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속 독립기념일 행사… 백악관-러시모어서 대규모로 치러

군중들, 마스크 착용 등 안지켜… BLM 시위대 ‘동상 철거’에 맞서

美 영웅 기리는 국립정원 조성 지시… 레이건-맥아더 등 대부분 백인 거론

동아일보

미국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3일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직 미 대통령 4명의 석상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러시모어국립공원=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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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 연휴에 잇달아 대규모 행사를 열고 진보 진영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재선 가도에 비상이 걸린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유권자의 표심을 모으기 위해 ‘이념·문화전쟁’을 통한 편 가르기 전략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기념식에서 “이제까지 미국의 영웅들이 나치와 파시스트, 공산주의자를 물리치며 미국의 가치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는 극좌 세력과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폭도들을 물리치는 과정에 있다”며 “화난 폭도들이 우리의 동상을 철거하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며, 우리 아이들을 세뇌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지 세력과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 등을 ‘파괴자’나 ‘폭도’로 규정하고, 자신을 이들에게 맞서 미국의 가치를 지키는 수호자로 포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3일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린 불꽃놀이 행사에서도 시위대를 지칭해 “이 좌파 문화혁명은 미국 독립혁명을 타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이 신성한 선조의 동상을 철거하면서 역사를 말살하는 무자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공격했다. 러시모어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전직 미국 대통령의 두상이 새겨진 관광지다.

또 그는 이날 행정부에 시위대의 동상 철거 운동에 맞서 미국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의 조형물을 세울 ‘국립 정원’을 조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빌리 그레이엄 목사,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 초대 재무장관 등 거론되는 인물 31명 대다수는 백인 보수주의자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미국 곳곳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직후 백악관 인근에서는 시위대가 “노예제, 대량학살, 전쟁, 미국은 결코 위대하지 않다”란 구호를 외치며 성조기를 불태웠다고 더힐은 전했다. 극좌단체 ‘파시즘 거부(Refuse Fascism)’는 트럼프 대통령을 그린 널빤지를 뉴욕 트럼프타워 앞에서 찢어 버렸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는 시위대가 콜럼버스 동상을 쓰러뜨려 이너 하버에 던졌다.

올해 독립기념일 행사들은 미국 내 신규 확진자가 하루 5만 명 이상씩 쏟아지는 와중에 진행됐다. 매년 열리던 불꽃놀이가 취소되는 등 대부분의 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고려해 차분하게 독립기념일 연휴를 보냈다. 하지만 백악관은 불꽃놀이와 에어쇼 등 화려한 이벤트를 기획했고, 군 비행단까지 동원하며 대규모 군중을 유치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역 지침을 무시했다는 비판에도 “중국이 책임을 져야 하며 우리는 잘 대처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거듭했다. 반면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독립기념일 축하 메시지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제도적 인종차별주의의 뿌리를 뜯어낼 기회가 있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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