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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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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수억 번 靑 참모들… 文정부 부동산 정책은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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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청와대. 연합뉴스


“이달 중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은 처분하라.”

지난 2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비서관급 이상 ‘다주택자’ 참모들을 향해 주택 처분을 강력히 권고한 사실이 전해졌다. 지난해 말 노 실장이 6개월 기한을 정해 1차 권고했음에도 대부분 이를 이행하지 않자 ‘인사 불이행’ 조치까지 언급하며 엄포를 놓은 것이다.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정작 고위 인사들은 정책과 엇박자를 내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준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청와대에 따르면 현재 12명의 고위 공직자가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다. 특히 참모들에게 2차례나 주택 매매 권고를 한 노영민 실장 또한 서울 서초구 반포와 충북 청주에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임이 알려짐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의지마저 의심을 사고 있다.

◆앉아서 수억 번 靑 참모들… 노 실장도 반포·청주 두 채 소유

지난달 2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실태 분석발표 기자회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6억6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52%가 올랐다. 박근혜 정부(29% 상승)나 이명박 정부(3% 하락) 때보다 급상승한 수치다.

그리고 그 수혜는 일부 다주택자 청와대 참모들도 고스란히 가져갔다. 경실련이 최근 전·현직 청와대 참모 64명의 재산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28%인 18명이 다주택자였다. 아파트·오피스텔 재산 증가 상위 10명의 평균 부동산 자산 가격은 2017년 15억3000만원에서 2020년 27억4000만원으로 79%(12억1000만원) 증가했다. 수도권 내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8명의 전·현직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2017년에 비해 평균 7.3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도 했다.

노 실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13.8평짜리 아파트(전용면적 45.72㎡)와 자신의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시 40평짜리 아파트(전용면적 134.88㎡) 두 채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모들을 향한 주택 처분 권고 이후에도 6개월간 자신은 두 채를 모두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 여론에 청와대는 부랴부랴 “노 실장이 ‘이 달 중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책은 처분하라’고 강력 권고했다”고 지난 2일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 실장이 반포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고도 알렸다. 하지만 청와대는 45분 만에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노 실장이 반포가 아닌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고 다시 정정했다. 전날 청주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놨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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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보유한 반포 아파트. 연합뉴스


◆청주 버리고 반포 지킨 노 실장…“‘강남불패’ 공고히 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노 실장 소유와 같은 면적의 청주 아파트 매물은 지난 11일 2억 96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반포 아파트는 동일면적 매물이 지난해 10월 10억원에 매매가 이뤄졌으며 현재 호가는 15억원까지 올랐다. 노 실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의 아파트를 내놓고 반포 아파트를 지키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평수 아파트 호가가 하루 만에 1억원 이상 뛰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노 실장의 결정이 정부의 부동산 기조와 달리 ‘강남불패’를 공고히 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쓴소리가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구 유권자 전체 가치가 강남 13평 아파트보다 못하다는 냉철한 판단. 그 투철한 합리주의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결국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 유권자들을 처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충북 청주에서 3선을 지내고 유력한 충북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노 실장이 실리 앞에서 지역구가 아닌 강남 아파트를 택한 것을 지적한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도 3일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많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 여당의 일원으로 매우 아프게 생각한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인 시기에 청와대 참모들이 다주택 처분 권고 받고도 일부가 따르지 않는 부분에 유감을 표한다”고 노 실장과 참모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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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4명 “임기 말 집값 더 오를 것”

‘팔지 않고 버티는’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는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막겠다”는 정부의 기조와 엇박자를 내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다. 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현 정부 임기 말 집값 예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올라갈 것’이라는 응답이 40.9%로 가장 많았다. 국민 10명 중 4명은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이 상승하리라 내다본 것이다.

반면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29.4%,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17.1%에 그쳤다. ‘잘 모름’은 12.6%였다. 온라인상에서도 “청와대 고위직도 집 안 파는데 집값 떨어질 거란 정부 말을 믿나”, “자신들은 안 팔면서 국민들이 부동산으로 돈 벌려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막는다” 등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남북갈등에도 끄떡없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15주 만에 40%대로 내려앉았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7월 1주차(6월29일~7월1일) 주중 집계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4%(매우 잘함 29.1%, 잘하는 편 20.2%)가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2일 밝혔다. 전주 대비 3.9%p 내린 수치다. 부정평가는 3.4%p 오른 46.1%(매우 잘못함 29.2%, 잘못하는 편 16.9%)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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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전문가 “정부, 국민이 따를만한 모범 사례 제시 못 해”

여론이 악화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에 대해 긴급보고를 받았다. 그 후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강화하라”고 거듭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투기성 매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높다”면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정부의 21대 국회 최우선 입법 과제로 처리하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그러면서 실수요자 세 부담 완화, 다주택자 투기성 매입 규제, 수도권 공급물량 확대 등 일종의 정책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특성상 정부의 정책 의도를 국민이 신뢰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3일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논란 등을 언급하며 “그간의 사안들로 미루어볼 때,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읽을 수 있지만, 정작 국민이 따를 만한 모범적인 사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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